
초복인 20일 낮 12시쯤 찾은 대구 북구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 몇 년 전만 해도 복날이면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복'인 20일 낮 12시쯤 대구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 몇 해 전만 해도 복날이면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이 감돌았다. 여러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다. 골목 곳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도 빈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40m 남짓한 보신탕 골목은 과거 보신탕 식당, 건강원 등 50여 가게가 밀집했던 곳이다. 하지만 '식용 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점차 가게가 줄었다. 이젠 고작 식당 4곳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골목을 찾은 손님들도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모(62·서구)씨는 "보신탕을 먹으러 왔는데 주변 시선 때문에 조심스럽다. 어차피 우리 세대에 사라질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까지 있나 싶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1월 이른바 '개 식용 종식법'을 제정했다. 생명 존중, 동물 복지 가치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오는 2027년 2월 7일부턴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생계가 달린 상인들은 법 제정 이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칠성시장 내 관련 상인들은 지난해 전업 또는 폐업 지원을 위한 사전 신고 절차를 거쳤다. 폐업 시 점포 철거 및 원상복구 비용 400만원, 전업 시 간판 및 메뉴판 교체 비용 250만원을 지원한다.
2대째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법 시행 이전에 비해 손님 수가 10분의 1도 안 된다. 2027년 이후엔 벌금을 감수하면서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다른 생계 수단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다. 전업도 생각했는데, 지원금이 작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다.
일방적인 법 제정으로 부정적인 인식만 커지고, 평생 종사한 일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었다. 건강원 업주 최모(75)씨는 "1980년대부터 이 일을 했다. 법이 통과돼 발표된 날 '나는 여태 나쁜 일을 한 건가' 자문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생계 수단을 어찌 바꾸겠나. 평생을 바친 삶의 터전을 잃은 셈"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아직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권상길(73·중구)씨는 "소나 돼지, 닭고기는 괜찮은데 개고기는 불법이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금지보다는 위생 등 기준을 세워 관리하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곽혜진(39·북구)씨는 "개는 가축보다 '반려동물' 성격이 강한 동물이다. 해외 관광객들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개 식용이 계속 허용된다면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혐오가 퍼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동물 복지 관련 시민단체 '어웨어'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 82.3%는 개 식용 종식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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