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지원금 중독사회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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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2  |  발행일 2025-07-22 제23면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이재명 정부는 민생 안정과 경기 부양을 목표로 대규모 지원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얼마나 받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 투입이 가정의 진정한 경제 회복에 이바지할지는 의문이다. 코로나와 같이 갑작스러운 경기침체도 아니고 구조적으로 서서히 침체되는 힘든 시기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평범한 회사원도 뜬금없이 왜 주는지 모르겠단다.


몇 년 전 코로나19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여러 번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조치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조치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 지자체들은 특별한 재난이 없어도 지원금 지급을 반복했고,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도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마치 지원금 중독사회가 된 듯하다. 특히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 농민수당, 산후조리비 지원 등 다양한 현금성 사업을 선도하며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수도권을 따라가다가 재정 파탄이 날 지경이다. 지원이 많은 지자체의 국민과 그렇지 않은 지자체에 속한 국민은 서로 다른 국민이 아닌데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원금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이제 지원금제도에 관한 국가적 법령의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지원금 제도 자체만 보면, 지원금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진작시켜 일시적으로 식료품구입이나 외식소비가 증가하고 지역 내 매출 상승을 이끄는 등 일부 긍정적 작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원금은 일시적이고 일회성의 막대한 현금 투입으로 소비가 잠깐 늘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금 살포가 일상화되면서 국가채무확대와 재정적자를 불러오고 향후 복지 재정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혁신 등과는 무관한 단기 소비만을 부추기면서 비효율적인 재원 배분의 악순환만 가져올 것이다. 결국에는 균형재정을 위해서 법인세를 인상하거나 개인 소득세, 상속세 등 국민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 그러면 조세저항과 더불어 기업 활동의 부담이 커짐으로써 되려 고용이 축소될 수 있으며, 물가의 상승과 더불어 국민들의 소득 또한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게다가 선별 지원 기준이 모호하여 일부 국민은 지원금을 받고도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지자체는 선정 과정에서 막대한 행정비용과 행정처리에서의 혼선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의 지원금 살포는 장기적 안목과 구조 개혁을 병행하지 못한 반복된 '정치적 포퓰리즘'이다. 지금의 민생 보호는 언젠가 이자를 부쳐서 갚아야 할 채무로 혹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정책의 철학과 우선순위는 실종된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정책은 국민을 원숭이로 만들고, 우리 사회를 '지원금 중독사회'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 기대심리만을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지원금의 정치적 악용이다. 구조 개혁의 정치는 표를 얻기 어려우니, 쉬운 길인 지원금 정치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접근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 실업, 노후 불안, 지역 불균형, 교육 기회의 불평등 등은 구조 개혁이 필요한 것이지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고기나 또 한 번 굽게 되는 허탈함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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