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를 대구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조경태 의원(6선)의 입에서다. 조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내년까지 현재 세종시에 있는 산자부를 대구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조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사하구을이다. 대구지역 국회의원이 아닌 그가 대구 공약을 낸 것이 이채롭다. 조 의원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예로 들었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가는 마당에 대구에 산자부를 가져오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것.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직후 전재수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해당 부처에 이전 준비를 지시한 바 있다.
물론 난관은 있다. 해수부 이전만 해도 세종시를 비롯 충청권에서 반발이 크다. 서울에 집중된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옮겨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충청권의 욕심이 과하다. 헌법상 국가 균형발전 정신을 새겨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120조, 제123조는 지역균형발전의 국가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구 이전은 이전에도 있었다. 강효상 전 의원이 주창한 대법원 대구 이전이다. 사실 대법원 이전은 수도 서울의 헌법상 상징성을 고려하면 현실화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었다. 반면 산자부 이전은 대구의 산업 실태와 지리적 위치를 감안하면 설득력을 갖는다. 대구는 대한민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중추도시란 명분이 있다. 산자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이 풍부하다. 단순한 행정조직의 이전을 넘어 대구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조 의원의 제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지역의 아젠다로 선정해 실천시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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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눈높이 무시하고 이재명 정부 성공 어렵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23일) 오후 자진 사퇴했다. 강 후보자는 SNS에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 죄송하다"고 올렸다. 대통령실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 논란이 자신사퇴로 일단락되었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과 국정운영 철학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 명단이 발표된 이후, 당사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이 하나 둘씩 불거져 나왔다. 제자 논문 표절, 자녀불법유학, 보좌관 갑질 같은 개인적 범주의 일탈도 문제였지만, 국가정책를 다루면서 배우자가 연관 회사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행위는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청문회장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해명은 변명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때부터 국민소통을 외치던 이재명 대통령은 의혹 당사자를 버젓이 장관으로 임명하거나 끝까지 내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 한 여론조사업체의 강 후보자 장관 적합도 조사에서 부적합이 60.2%로 나올 만큼 여론이 등을 돌렸는데도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대통령 선거 이후 곧바로 취임하다보니 혼란스러운 국정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하고, 오랜 기간 뜻을 맞추어온 사람과 새로운 정책을 함께 펼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국민눈높이를 무시한 채 국민저항을 안고 국정을 안정되게 이끌고 간 정권은 없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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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기에"… 수재민 돕는 경북 산불 이재민들
지난 3월 역대급 산불 피해를 입었던 경북 영양·의성·안동 주민 30여명이 그저께 수해를 입은 경남 산청에서 복구를 도왔다. 청송과 영덕 주민들도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경북 산불 피해지역 5개 시·군 주민 모두 또다른 재난 피해지역을 돕는다. 산청은 경북에서 산불이 났을 때 함께 막대한 산불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그런데 수해까지 덮쳤으니 산청 주민들을 향한 경북 산불 이재민들의 아련함은 더욱 컸을 것이다. 불길 속에서 서로를 품었던 기억이, 물에 잠긴 이들을 돕기 위한 손길로 이어진 것이다.
경북 산불 이재민들은 산청 지원과 관련 "피해를 입었을 때 국민들이 준 도움을 잊지 못해서…"라고 했다. 이들의 행동은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돌이켜보면 이 땅에서의 재난은 끊임없이 반복되었지만, 그때마다 감동의 드라마는 있었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상처입은 사람이 다시 일어나 다른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은 이어져 왔다. 가장 우리답고,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다. 재난은 본디 사람을 나누기 마련이지만, 재난의 기억을 공유한 이들은 서로를 안아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자가 된다. 이는 인도주의의 실천이자 공동체 정신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일회성 찬사로만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재난 대응 시스템을 더욱 사람 중심으로 설계하고, 피해 회복이 실질적인 연대속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내가 겪었기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메시지가 우리 공동체의 근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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