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드라마 아닌 실패한 여름 이야기”…장병기 감독 첫 장편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GV 현장

  • 정수민
  • |
  • 입력 2025-07-26 17:43  |  발행일 2025-07-26
24일 대구 오오극장서 ‘여름이 지나가면’ GV 열려
2022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제작 지원사업 거쳐
사랑 배우지 못한 인물들 생각하며 영화 구상해
“출연 배우들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연기 보여줘”
지난 24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장병기(오른쪽)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GV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지난 24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장병기(오른쪽)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GV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시나리오를 비정하게 쓰기도 했고, 영화에 불편한 구석도 있지만 끝까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장병기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지난 24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대부분의 관객석이 채워진 가운데, 김은영 감독의 진행으로 약 1시간 동안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장 감독은 "제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는데, 걱정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장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지난 9일 개봉 후 누적관객수 5천명을 돌파하면서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22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을 거쳐 제작된 영화로,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대상과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넥스트링크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독립영화계 기대작으로 주목 받았다. 오는 9월18일 열리는 제34회 부일영화상의 신인감독상(장병기 감독)과 신인남자연기상(최현진 배우)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스틸컷.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스틸컷.

작품은 소도시로 전학 온 소년 '기준'이 낯선 시골 생활에 적응하며 마주하는 아이들의 계급 사회를 그린다. 보호자 없이 살아가는 '영문·영준' 형제와 얽히게 되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날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분위기는 고요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으로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등의 감상평을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흔히 여름이라고 하면 성장 드라마를 떠올리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며 "다른 아이들에게 이번 여름은 실패한 것이자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된 반면, 형제에겐 그 다음이 없기 때문에 이른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스틸컷.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 스틸컷.

영화의 출발점은 '사랑을 배우지 못한 인물들'이다. 장 감독은 "여기서 사랑은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뜻한다"며 "부모가 부재한 환경의 인물, 즉 '영문·영준' 형제처럼 무한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인물이라면 어떤 개념과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을지 고민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엔딩을 먼저 정해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연출 및 시나리오 전공자가 아니라고 전한 그는 "생각나는 장면이 있으면 하나씩 쓰는 게 작업 방식"이라며 "초고를 오랫동안 쓰면서 구조, 소품 등을 고민해보는 편"이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작품 내에는 욕설을 비롯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폭력적인 장면들도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이를 순화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하지 않았다. 장 감독은 "'영문'이라는 인물은 대체로 우리에게 불편한 존재들인데, 보는 사람들을 위해 보기 편한 상태로 바꾼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영문 역의 배우가 연기라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해줘서 믿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영화 내용과 관계 없이 배우들이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들을 유심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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