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한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된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사진=정수민기자>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나를 살려줘요. 나를 구해줘요! 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고전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를 펼쳐든 한 여인이 1인 2역을 분주하게 넘나든다. 곧이어 남편과의 알콩달콩한 만담이 이어지고, 이내 그 여인의 입을 통해 한 인물의 과거가 무대 위로 소환된다. 연극의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기자, 독립운동가였던 대구 출신 소설가 현진건이다.
지난 27일 대구 공연을 마무리한 사단법인 한울림의 대표 레퍼토리 창작극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이 오는 8월1일 '제23회 김천국제가족연극제'와 16~17일 '2025 D.FESTA 소극장축제 in 부산'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부터 '달빛 연극 교류전' '대구&서울 극장 교류전' 등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선보인 바 있다.
작품은 대구 지역 문학과 연극의 결합을 시도한 사례로, 지난해 '봉산공연창작소' 공모 사업에 선정돼 처음 소개됐다. 사단법인 한울림의 '연극, 숨 프로젝트' 중 하나인 '2025 베스트3 소극장전'에 참여한 이 작품은 현진건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를 소개한다.

지난 25일 한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된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사진=정수민기자>

지난 25일 한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된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사진=정수민기자>
작품의 모든 중심에는 '푸른 담쟁이 동산', 청라언덕이 존재한다. 얼굴 모를 신부가 첫눈에 반한 운명의 여인 이순득이었던 일화부터 사회부 기자로 활약했던 일, 독립 운동으로 약해진 몸을 이끌고 그의 아내 곁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모든 순간 함께한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대표는 "대구 출신 소설가로서 민족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시대 문인들 중 보기 드물게 여성편력 없이 아내를 지고지순 사랑한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한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된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사진=정수민기자>

지난 25일 한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된 '거기, 푸른 담쟁이 동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사진=정수민기자>
한 사람의 생애를 다뤄 다소 딱딱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연극은 유쾌하게 흘러갔다. '푸른 담쟁이'가 화자가 되는가 하면, 관객이 극중 배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가는 등 생동감 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세미뮤지컬 형태로 노래를 연출한 것은 관객들이 현진건의 삶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라고 의도를 밝혔다.
한편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베스트3 소극장전'은 각 지역의 우수 창작극을 소개하고 상호 교류를 확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철원 사단법인 한울림 대표는 "앞으로도 이러한 소극장 간 네트워트를 확장하면서 전국 단위 교류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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