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케데헌 신드롬’의 명암

  •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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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0 18:00  |  발행일 2025-07-29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최근 콘텐츠 분야 화제 중 하나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신드롬'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이 몰고 온 돌풍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케데헌은 지난달 20일 공개된 뒤 영화부문에서 나흘째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또 오니지널사운드트랙(OST)도 미국 빌보드20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틱톡과 유튜브에는 작품 속 K팝 그룹 '헌터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춤을 따라하는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차트 1위를 차지한 최고의 K팝 밴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사에서 "이 영화에 실린 두 곡은 미국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어떤 K팝 그룹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헌터릭스'와 '사자 보이즈'가 부른 노래 8곡 모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동시에 진입했다. 두 그룹이 세계 최고 아이돌로 등극한 셈이다.


이런 케데헌 신드롬이 K콘텐츠의 미래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며 K콘텐츠의 발전 가능성에 기여했다고 호평한다. 미국 자본이 K팝 소재의 작품을 제작한 자체로 K컬처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어 케데헌이 한국문화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하고 부가가치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작품은 김밥과 호떡, 순대, 설렁탕 등 한국의 음식문화를 비롯, 한의원과 목욕탕 등 다양한 일상이 지구촌 곳곳에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주요 무대인 남산 서울타워와 낙산공원 성곽길, 강남과 종로 등이 널리 알려져 관광효과도 기대된다. 주인공들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호랑이와 까치는 민화 '작호도(鵲虎圖)'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이 캐릭터를 닮은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이 품절될 만큼 특수를 누렸다.


아울러 우리 이야기를 소재로 해외 자본과 인력이 투입돼 성공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 그만큼 작품 곳곳에 한국문화를 보여 주는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하고 잠실, 삼성역 등 우리에게 익숙한 풍광을 외국인에게 매력적 모습으로 잘 담았다. 이전에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글로벌 관객의 보편성에 맞춰 전달하는데 치중했다면 이 작품은 한국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보편적 인지도를 확보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사례는 경북 등 지역의 고유한 문화도 세계적 소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 신드롬에 마냥 박수만 치기에는 주저되는 게 있다. 자칫하면 한국이 세계 자본의 소재로서 인식돼 변방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우리 문화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다루었지만, 제작은 소니 픽처스, 유통은 넷플릭스가 맡았다. 또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즉, 한국은 작품의 배경이자 소재로서 활용됐을 뿐이다. 창작과 제작 측면에서는 객체이자 변방이다.


우리 전통소재가 인기를 끈다고 만족하는데서 멈추면 K콘텐츠의 미래는 어둡다. 아직 콘텐츠 제작 자본 규모 등 국제적 경쟁력이 약하지만 지금 불고 잇는 K콘텐츠의 위력을 이용해 우리가 콘텐츠를 창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을 더 적극 키워야 할 이유다. 한국이 '재주 부리는 곰'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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