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그늘 하나 없는 ‘더위 사각지대’…대구 버스정류장 3곳 중 1곳은 ‘무개승강장’

  • 박영민
  • |
  • 입력 2025-07-29 18:53  |  발행일 2025-07-29
대구시내 1074곳 무개승강장
달성·동구·북구 비율 높아
에어커튼 설치는 21곳뿐
市 “9월까지 10곳에 추가 설치”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주민들이 인근 점포 천막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민 기자.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주민들이 인근 점포 천막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민 기자.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기온은 이미 33℃를 웃돌며 무더운 날씨를 보였지만, 정류장에는 뙤약볕을 피할 지붕조차 없었다. 주민들은 인근 점포 천막의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몸을 숨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익숙한 듯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땀을 연신 닦으며 더위를 견뎠다. 한 어르신은 "이렇게 더운 날엔 그늘이 절실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그늘 없는 정류장은 아예 이용하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전체 버스정류장의 30% 이상이 지붕이 없는 '무개승강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폭염 속 그늘 하나 없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 시내버스 정류장 3천383곳 중 무개승강장은 1천74곳(31.7%)이다. 지역별로는 달성군이 전체 746곳 중 328곳(43.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동구(38.1%), 북구(34.6%) 등이 뒤를 이었다.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중구로 118곳 중 15곳(12.7%)이 무개승강장이었다.


문제는 최근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전 출근 시간대부터 체감온도가 30℃를 웃도는 기온이 지속되면서 유개승강장 확대는 물론, 정류장에 냉방 설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지붕이 있는 유개승강장의 비율을 점차 확대해왔다. 당시 44%였던 유개승강장 비중은 68.3%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확대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대구시 측은 "예산 한계로 현재는 이용인구가 많은 정류장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개승강장 내 '에어커튼'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에어커튼은 내부에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는 장치로, 무더운 날씨에 정류장 이용자들의 체감온도를 낮춰줄 수 있다. 현재 대구시가 운영 중인 에어커튼 정류장은 총 21곳으로, 전체 정류장의 0.6% 수준이다.


대구시 측은 "에어커튼은 비교적 설치가 쉽고 운영이 지속 가능해 교통약자 중심으로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에어커튼 23대를 정류장 10곳에 추가 설치하며, 오는 9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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