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주민들이 인근 점포 천막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민 기자.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기온은 이미 33℃를 웃돌며 무더운 날씨를 보였지만, 정류장에는 뙤약볕을 피할 지붕조차 없었다. 주민들은 인근 점포 천막의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몸을 숨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익숙한 듯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땀을 연신 닦으며 더위를 견뎠다. 한 어르신은 "이렇게 더운 날엔 그늘이 절실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그늘 없는 정류장은 아예 이용하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전체 버스정류장의 30% 이상이 지붕이 없는 '무개승강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폭염 속 그늘 하나 없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 시내버스 정류장 3천383곳 중 무개승강장은 1천74곳(31.7%)이다. 지역별로는 달성군이 전체 746곳 중 328곳(43.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동구(38.1%), 북구(34.6%) 등이 뒤를 이었다.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중구로 118곳 중 15곳(12.7%)이 무개승강장이었다.
문제는 최근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전 출근 시간대부터 체감온도가 30℃를 웃도는 기온이 지속되면서 유개승강장 확대는 물론, 정류장에 냉방 설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지붕이 있는 유개승강장의 비율을 점차 확대해왔다. 당시 44%였던 유개승강장 비중은 68.3%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확대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대구시 측은 "예산 한계로 현재는 이용인구가 많은 정류장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개승강장 내 '에어커튼'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에어커튼은 내부에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는 장치로, 무더운 날씨에 정류장 이용자들의 체감온도를 낮춰줄 수 있다. 현재 대구시가 운영 중인 에어커튼 정류장은 총 21곳으로, 전체 정류장의 0.6% 수준이다.
대구시 측은 "에어커튼은 비교적 설치가 쉽고 운영이 지속 가능해 교통약자 중심으로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에어커튼 23대를 정류장 10곳에 추가 설치하며, 오는 9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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