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대구 수성구 한 시장 상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이란 안내가 붙은 모습. 사진 속 상점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최시웅기자
40대 남성 A씨는 최근 장모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장모가 정부가 지원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대구 수성구의 한 전통시장에 방문했는데, 들렀던 가게들마다 결제를 거부했다는 것. 부아가 치민 A씨는 직접 해당 가게에 찾아가 결제를 거부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무조건 현금만 된다' '대구로페이는 물론, 일반카드도 안 받는다'는 것. 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상점이 아닌데도 현금 결제만 유도하자 A씨는 이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에 A씨는 수성구청과 수성세무서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격앙된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A씨는 취재진에게 "구청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들 업무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며 "그래서 세무서에 연락을 했는데 홈택스(온라인 창구)로 신고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신고한다고 다 조치가 취해지는 것도 아니고 신고내용을 검토한 후 필요하면 현장에 나가 확인후 처분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어떤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물어봤지만 '그건 모른다'는 답변만 해서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31일 해당 시장 한 상점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봤다. 그 결과 이곳에선 실제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었다. 소비쿠폰을 사용하려던 한 시민은 "점원이 '사장이 있을 때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매출이 오르는데 왜 결제를 거부하는 지 좀 의아하다. 소비쿠폰을 안 받아도 다들 현금 결제를 해주니 그런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했다.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지난 21일부터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 확대를 유도할 소비쿠폰을 발행(1인당 15만~55만원)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프랜차이즈 직영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주요 사용처는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으로 제한된 상황이다.
그런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오히려 쿠폰 및 카드 사용을 거절하고, 현금 결제만 유도하면서 본래 취지가 왜곡됐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실질적으로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제재를 가할 여지는 한정돼 있어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그간 우리 사회가 관행적으로 용인하던 부분이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킨다면 원칙을 보다 철저히 요구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정부 차원에서 내수진작 정책을 펼칠 땐 그 취지에 맞춰서 행정당국이 계도 및 단속 활동을 펼치며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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