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순 (주)조은전동지게차 대표는 지난 22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를 위해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바라기 전에 나눠줘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나눔이고, 서로 돕는 것이며 함께 사는 것입니다."
40년 넘게 지역사회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준 박주순(61) 조은전동지게차 대표의 삶의 원칙은 '나눔'과 '봉사'다. 대구 곳곳에서 아낌없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사랑의 무게를 한 움큼씩 쌓아가고 있다.
충북 단양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박 대표는 스무 살 되던 해 생계를 위해 대구 성서공단에 취직하며 홀로 대구에 정착했다. 당시 '삼시 세끼'조차 챙기기 어려운 힘든 나날에도,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은 잊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고스란히 물려받은 '나눔 정신'이 온몸에 배어서다.
그는 "넉넉치 못한 형편에도 묵묵히 7남매를 키워낸 부모님을 늘 존경한다. 집안의 곳간이 넘치진 않았지만, 부모님은 떡 하나라도 꼭 이웃과 나눴다"며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에 나눔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 이 같은 유년기의 경험이 '나눔'의 원천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봉사 정신은 '망설임'보다 '실천'이 우선시된다. 그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구호물품을 나를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역민 모두가 감염을 우려해 봉사마저 회피하던 시기였지만,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40일 동안 매일 하루 8시간 넘게 구호 물품 상·하차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지역에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현장을 누비며 손길을 보탰다. 코로나19 시절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쏟아지던 뉴스들을 보며 '내가 이 사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됐다"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 기뻤고, 다른 생각은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박 대표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됐다. 봉사만으론 채울 수 없는 물질적 지원의 나눔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는 2020년 12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지역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성금 1억 원을 기부하며,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는 "봉사활동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감정과 마음 상태를 돌보는 활동엔 물질적 돌봄까지 동반돼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했다. 작은 지게차로 시작해 착실히 모은 돈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뜻깊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박 대표의 선한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3월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안동·청송 등의 피해 현장을 찾아 어김없이 봉사의 손길을 보탰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 따스한 손길을 건네는 것이 사회 구성원의 당연한 도리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올해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주민들을 위해 한치의 망설임없이 작업복을 챙겨 현장으로 향했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먼저 현장에서 솔선수범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그리고 '바라기 전에 먼저 실천하는 것', 이 2가지를 가슴에 새기며 나눔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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