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곡동 침수’는 어떻게 분석됐나?…학술논문 찾아보니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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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4 09:52  |  수정 2025-08-04 10:10  |  발행일 2025-08-04
논문 저자 “우리 재난방어기술수준이 이토록 부족했나”
2010년 당시 노곡동에 ‘기형적인 재해예방사업’ 진단
제진기 부담 가중, 가동 중단에 따라 통수단면 급격 축소
항구적 대책으로 ‘터널고지배수로’ 설치 제안되기도
2010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해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남일보DB

2010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해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난 달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렇다면, 15년 전인 지난 2010년 발생한 노곡동 침수사고의 특성을 어떻게 분석됐을까.


영남일보가 침수 당해 발표된 학술 논문을 찾아 분석해봤다.


2010년 한국수자원학회지에 '국지성 호우로 인한 도시지역 침수피해 특성조사 및 대책- 대구시 노곡동 침수피해지역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는 이번 2025년 노곡동 침수사고 민간조사단장인 안승섭 교수를 비롯해 당시 한국수자원학회 대구경북지회장 등을 맡고 있던 지역 대학 교수 3명이다.


논문 서론에서는 "대형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지나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엄청난 재해를 당할 만큼이나 우리의 재난방어기술이 부족했던가 하는 생각과 부끄러움이 들었다"라며 "노곡동 주민들은 똑같은 유형의 침수피해를 1개월 사이에 두 번씩이나 당했다. 두번의 피해에 대한 원인이 자연재난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방재시설물인 제진기라는 점에서 주민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검토를 통해 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복구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논문에서 "노곡동에서는 현지 여건과 재정적인 측면을 반영해 터널고지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수펌프장 설치공사를 먼저 시행하는 기형적인 재해예방사업이 진행됐다"며 "노곡동 상류지역의 전체 홍수량이 복개수로를 거쳐서 직접 제진기로 유입되고, 부유물이 제거된 홍수량이 게이트펌프로 유도돼 금호강으로 펌핑되는 시스템이 적용됐다"라며 노곡동 배수시설 상황을 진단한다.


이어 "상류지역의 부유 협잡물이 일시에 유하해 제진기에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제진기 가동중단에 따라 스크린 전면부에 걸린 협잡물로 인해 통수단면이 급격하게 축소됐고, 홍수유출량이 역류했다"라고 분석한다.


저자들은 단기·중기·장기대책을 제안한다.


특히 장기대책에선 "노곡동 침수방지를 위한 항구적인 대책으로는 당초 실시설계 당시에 제안됐던 터널고지배수로를 신속히 설치해야 한다"라며 "만약 터널고지배수 사업시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노곡동 입구 저지대 용지를 확보해 공원 겸 저류지를 조성하는 방안이나 상류에 저류지를 조성해 저류지에서부터 마을지하를 관통하는 기반배수(지하배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후 노곡동에는 고지배수터널이 생겼지만, 15년 만의 침수사고는 막지 못했다. 제진기는 또 다시 작동을 멈췄고, 침수 당시 배수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원활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주민들은 운영·관리상의 미숙함도 지적한다.


과연 지난 달 17일 발생한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며, 우린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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