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그룹 주요 자회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사명을 언급하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라고 질타한 만큼 혁신적인 수준의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무기한 작업 중지'라는 카드를 꺼내든 지 엿새 만에 재개한 사업장에서 또 사고가 나면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예고된다. 16면에 관련기사
앞서 지난 7월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들을 언급하며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여기지 않고, 무슨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서는 올해에만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7월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공사현장 천공기 끼임사고 등으로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질타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즉시 사과문을 발표하고 "전사적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한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직접 포스코이앤씨를 찾아 전반적인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전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데 걸린 시일은 고작 닷새였다. 작업 중지 6일만인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는 주요 현장에서 작업을 재개했으며, 본사가 위치한 경북 포항 역시 상생공원 아파트 건설현장과 동빈대교 건설현장 2곳 모두 작업 재개에 나섰다. 이에 지역민은 "고작 며칠만에 안전이 확보될 일이었으면 지금까지 사망사고가 왜 발생했겠느냐"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작업 재개 당일인 4일 오후 경기 광명~서울 간 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사고로 미얀마 국적의 30대 근로자가 심정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으며, 현재 호흡은 회복됐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명 사고가 조업 개시 이후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보고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말씀은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과의 입장을 밝히며 다시 무기한 작업 중지에 들어갔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3일까지는 전 사업장이 작업을 중단했고, 여러 교차 점검 등 안전 관련 상황을 확인한 뒤 완료된 현장부터 4일 작업을 재개했다"며 "또 사고가 발생해 죄송스러우며 전 사업장이 다시 작업 중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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