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이 편의시설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엔 공항공사의 '실시간 주차 빈자리 안내 서비스' 시범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구·경북(TK) 신공항 사업이 예정된 탓에 시설 투자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김포와 김해, 청주공항은 올 연말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 이용객들의 주차 편의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주차장의 실제 빈자리를 실시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대구공항은 노선 활성화를 위한 '스윙브릿지(탑승교 간 연결 인프라)' 조성 과정에서도 신공항 이전 논의와 맞물려 수년간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대구공항은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번 사업에서 제외돼 아쉬움이 무척 크다. 대구공항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1만 명을 웃도는 반면, 주차장은 1천631면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도 공항 이용객의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국제노선 회복이 본격화되면 주차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된 김해공항은 이번 사업에 포함됐지만 대구공항이 빠졌다는 사실이 지역민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대구공항이 각종 시설 개선 투자에서 계속 소외되면 TK의 항공분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TK 신공항 사업은 사업비 조성 방안을 찾지 못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공항의 시설 투자를 외면한 채, 불편을 방치하는 것은 이용객에 대한 무책임한 처사다. 게다가 대구공항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향후 TK 신공항 역시 성공적인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 대구공항 이전을 이유로 편의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 때마침 중국 무비자…APEC, 한국 관광 붐업 주도하길
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비자 면제기간은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다. 오는 10월 말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란 국가행사를 앞둔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통해 중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최근 영남일보가 경주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가 APEC 개최에 대해 몰랐다고 응답했다. "처음 듣는다"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는 "미리 알았다면 일정을 조정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였다. 정부와 지자체의 획기적인 홍보전략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중국 국경절(10월 1~7일) 전에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관계부처 간 협의를 해왔다. 상반기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252만6천여 명으로, 코로나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90%까지 회복했다.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이번 유커 유치 카드가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세계 연간 관광객은 14억 명 규모이고 이들이 지출하는 돈만 2천800조 원에 이른다. 많은 나라가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이유다. 한류 열풍으로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서울에만 몰린다. 반면, 한국 대표 관광지였던 경주는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줄어든 관광객 회복이 더디다. APEC을 통해 경주가 매력적인 국제 관광도시로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한국 관광산업을 붐업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APEC이 성공해야 한다.
◈ 트럼프 돌연 "반도체 100% 관세", TK 수출 악재 우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한국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00% 관세'가 현실화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물론 대구경북 반도체 수출기업과 협력사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번째 규모가 큰 제품으로서 대미 수출액이 한해 100억 달러를 넘는다.
반도체는 대구경북의 미래전략산업이다. 곳곳에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이 산재해 있다. 구미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도시다. LG이노텍과 삼성SDI 등 대기업 공장과 협력사가 밀집해 있다.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높다.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경쟁에 뛰어든 대구시도 곤혹스럽게 됐다. '수출 기대효과'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철강 등 대구경북 주력산업에 대한 관세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까지 힘든 상황을 맞았다. '반도체 100% 관세'와 관련 어제 "한국 정부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는 대통령실의 언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두루뭉실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리하거나 최소한 동등한 대우를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뜻이라면 흡족한 설명이 아니다. 대미 반도체 수출의 상당량은 3국에서 조립·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구조다. 관세 부과 시 생산비용 상승과 수요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기업은 그나마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자리 감소는 온전히 지역의 부담이고, 남은 영세 협력사들은 어찌할 건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으니 걱정마라 식으로 위무할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이 길을 잃기 전에 무엇을 준비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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