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투표가 21일까지 진행된다. 22일 전당대회에서 1차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3·24일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다. 12·3 계엄과 윤 대통령 파면, 6.3 대선 패배로 졸지에 야당으로 존재가 뒤바뀐 국민의힘으로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전환점에 서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 에너지가 국면전환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상당히 회의적인 기류가 있다. 먼저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회귀적 이슈'에 몰입하는 인상이다. '찬탄과 반탄'으로 쪼개진 내부 분열이 대표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가. 역사적 판단의 영역으로 진입한 사안을 놓고 '너가 찬성해서 망했다. 당신이 반대해 국민이 등을 돌렸다'는 식의 무딘 칼을 서로 겨누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은 권력을 뺏겼다. 이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미래 연대를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흘러간 레코드를 무한 반복 되돌리고 있으니 국민 지지가 모일리 없다.
국민의힘은 지금 뭔가 착각하는 구석도 엿보인다. 이재명 정권 초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치솟자 반성하는 듯 하다 금새 달라지는 모양새다. 야당 지지가 다소 올라간 여론조사가 나온 탓으로 보인다. 사실 이는 집권여당의 사면 복권 실책과 오락가락 경제정책의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보수 성향의 국민 여론은 뭉뚱거려 절반에 가깝다. 그들 모두가 국민의힘을 시종일관 지지할 것이란 믿음은 큰 착각이다. 국민의힘은 변화를 넘어 변신(變身)하지 않으면 또다른 보수 정당에 의해 대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자각해야 한다. 민심은 결정적 순간에 가혹할 수 있다.
◈ 한한령 해제와 APEC, 한중 관계 개선 기회로 삼자
사드 배치로 2016년부터 얼어붙은 한·중 관계에 9년만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TV 대형화면 및 라디오·영상 콘텐츠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로 해석된다. K팝 걸그룹 '케플러'도 9월 푸저우에서 콘서트를 연다. 푸저우가 속한 푸젠성(省)에서 허가했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특성을 고려하면 중앙 정부 허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다면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다. 양국 정상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한한령이 이어진 지난 9년 동안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것은 물론 싹쓸이해가던 K제품은 구매자를 잃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도 눈물을 머금고 철수했다. 한국 문화산업 기업 투자는 물론 한국 가수 공연 등 한류열풍을 불러왔던 K문화도 된서리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도 2023년 처음 적자를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 69억달러 적자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관세협상 등 대(對)중국견제에 나선 미국에게 중국과의 화해무드가 '양다리 외교'로 비쳐질 수 있지만, 우리는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시 주석과 통화 후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한령 해제와 10월 말 APEC 정상회의를 동맥경화에 걸린 한중교류의 숨통을 튀울 기회로 삼길 바란다.
◈ 정부 정책 따라가는 경북도…따로 노는 군(郡)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저께 열린 '새 정부 국정 방향 대응 보고회'에서 "AI(인공지능)·에너지· 농업 등 경북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국정 방향과 연계해 키워가야 한다"면서 "전 공직자와 관계기관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가려는 이 지사의 방침은 경북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최근 경북도가 발표한 영농형 태양광 추진 및 산불 피해지역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조성 계획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현 정부의 지방소멸방지대책과 농민소득 증대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정책은 발전(發電)수익의 일정부분을 주민에게 나눠주는 주민참여형 혹은 이익공유제로 설계돼 있어,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정부 및 경북도의 방침과 따로 노는 군(郡)이 있다. 경북 22개 시·군중 4개 군은 아직도 '도로로부터 높이 50m 이상 되는 곳은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의 조례가 살아 있다. 4개 군중에는 산불피해지역이면서 경북 내륙에서 인구가 적은 1~2위 지역인 영양·청송이 포함돼 있다. 이 조례 때문에 산불피해지역이라 하더라도 50m 이상 지대에는 스마트팜도 설치할 수 없다. 이철우 지사가 평소 강조해온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돈되는 산'이 이들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농형 태양광법이 제정돼도 청송 등 4개 지역에는 영농형 태양광을 할 수 없는 지역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 주민들은 정부 정책의 이득을 누릴 기회를 가지는 동안, 이들 지역 주민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이들 지역의 인구는 꾸준히 줄면서 빠르게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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