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경남 창녕 무심사] 흐르는 구름처럼, 고요한 강물처럼, 무심하게 살라하네

  • 류혜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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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8 19:07  |  발행일 2025-08-28
가파른 벼랑 위에 무심사의 전각 하나가 고개 내밀며 본다.

가파른 벼랑 위에 무심사의 전각 하나가 고개 내밀며 본다.

한적한 지방도를 벗어나 더욱 한적한 자전거 길에 든다. 내게 자전거는 없지만, 이 자전거 길은 무심사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또한 차량에게도 열려 있다. 푸르고 무성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이 왜 이 길을 달리는지 다시금 느낀다. 아직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다. 가까이 다가온 깜깜한 절벽 아래 작은 다리를 건너면 경남 창녕군 이방면 송곡리다. 곧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가에 '불(佛)'자를 새긴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서 있고 강변에는 작은 나루터가 숨은 듯 자리한다. 가파른 벼랑 위에 전각 하나가 고개 내밀며 본다.


무심사는 2007년 무심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터는 넉넉하고,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범종각, 삼성각, 당산각, 나한전, 종무소 등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무심사는 2007년 무심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터는 넉넉하고,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범종각, 삼성각, 당산각, 나한전, 종무소 등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10여 미터의 돌기둥은 반야심경 석탑이다. 커다란 바위 안에 앉아 계신 부처님은 약병을 들고 계시니 약사여래불이겠다. 대형 해수관음상도 약병을 쥐고 계신다.

10여 미터의 돌기둥은 반야심경 석탑이다. 커다란 바위 안에 앉아 계신 부처님은 약병을 들고 계시니 약사여래불이겠다. 대형 해수관음상도 약병을 쥐고 계신다.

거울처럼 비치는 강물이 좋아 창녕 낙동강 물가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크고 맑은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가슴이 덜컹한다. 구름을 헤치며 작고 붉은 배 한척이 멀리서 오고 있다.

거울처럼 비치는 강물이 좋아 창녕 낙동강 물가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크고 맑은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가슴이 덜컹한다. 구름을 헤치며 작고 붉은 배 한척이 멀리서 오고 있다.

◆ 낙동강 무심사


무심사는 2007년 무심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거울처럼 비치는 강물이 좋아 창녕 낙동강 물가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달성 구지와 고령 우곡, 합천 덕곡과 창녕 이방면이 접경을 이루는 자리다. '천하절경 무심사', 오는 길에 적어도 다섯 번은 마주친 안내판인데 무심사에 오르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크고 맑은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가슴이 덜컹한다. 이곳에서 1982년 TV문학관 '바라암'을 촬영했다고 한다. 김원일의 1974년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에서 낙동강은 '귀래천'이었다. 구름을 헤치며 작고 붉은 배 한척이 멀리서 오고 있다. 작은 배에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사람은 얼마나 더 작은 것인지.


무심사 입구를 지키는 것은 무서운 표정의 금강역사다. 일주문도 사천왕도 없다. 터는 넉넉하고,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범종각, 삼성각, 당산각, 나한전, 무심선원, 종무소 등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이곳저곳에 석탑과 동자상과 크고 작은 불상과 보살상이 있다. 포대화상과 용왕이 자리하고 용과 코끼리와 사슴이 논다. 또 큼직한 바윗돌들이 무엇이거나 무엇이 되려는 자세로 늘어서 있다. 질서 가운데 어지럽고, 어지러움 속에 편안하다. 10여 미터의 돌기둥은 반야심경 석탑이다. 커다란 바위 안에 앉아 계신 부처님은 약병을 들고 계시니 약사여래불이겠다. 질병을 고쳐주고 번뇌를 없애주는 여래다. 그 곁의 대형 해수관음상도 약병을 쥐고 계신다. 해수관음상은 동쪽을 향해 서 있다. 대구 달성 방향이고, 강물을 맞이하는 방향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눈동자를 마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청탁드릴 가까운 이름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한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가 경내를 소요하고 있다. 그는 천천히, 소리 없이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다 공양간 한 구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쉰다. 공양간 벽에 사람들이 남긴 글들이 대자보처럼 붙어 있다. 멀게는 2014년부터 가깝게는 2022년까지, 잘 자고 잘 먹었다는 감사의 이야기들이다. 자전거 길은 무심사의 동쪽 가장자리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무심선원의 뒤편으로 숨차게 오르는데 라이더들은 낙동강 자전거 길에 있는 영아지고개, 박진고개, 무심사, 다람재 등을 이른바 '4대 업힐'이라 부른다. 무심사 고갯길은 우회도로가 개설되어 있지만 부러 무심사를 들르는 라이더들이 아직 많다. "지금 밥하고 있어요." 공양간 안방에서 먼지를 훔치던 보살님이 말씀하신다. 무심사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한동안 무료 식사와 숙박을 제공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지금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언제나 공양간이 열려 있지만 잠자리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으신다.


강으로 향하는 오솔길 끝에 석탑과 두 개의 작은 마애불이 서 있다. 바로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멀리 고령에서 내려온 회천(모듬내)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으로 향하는 오솔길 끝에 석탑과 두 개의 작은 마애불이 서 있다. 바로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멀리 고령에서 내려온 회천(모듬내)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웅보전과 범종각과 사슴. 가운데 위쪽의 건물이 무심선원이다. 대웅보전의 측면에는 극락보전 현판이 걸려 있다.

대웅보전과 범종각과 사슴. 가운데 위쪽의 건물이 무심선원이다. 대웅보전의 측면에는 극락보전 현판이 걸려 있다.

대웅보전 동쪽에 당산각이 있다. 낙동강자전거길은 당산각 앞을 지나 무심선원 위쪽으로 숨차게 이어진다.

대웅보전 동쪽에 당산각이 있다. 낙동강자전거길은 당산각 앞을 지나 무심선원 위쪽으로 숨차게 이어진다.

◆ 대혜선사의 편지


무심사는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라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혜선사는 중국 송나라의 승려로 화두(話頭)를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선(禪)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을 주창한 인물이다. 간화선은 화두선(話頭禪), 혹은 대혜선(大慧禪)이라고도 하는데, 바로 무념무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란하고 망념이 가득 찬 마음을 화두에 집중시켜 일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무심하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념(無念)에서 일념(一念)으로 수행 방법을 변화시킨 것이 바로 간화선이다.


간화선은 한국불교에서 800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수행체계다. 우리나라에서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안거(安居) 기간에 실행되고 있는 것도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이다. 대혜선사는 선승이었지만 현실 참여적인 성향이 강해서 당대의 이름난 사대부들과 적극적으로 교리를 문답했고, 비판을 할 때는 매우 엄격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때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것이 '대혜보각선사서'다. '대혜서' 또는 '서장'이라고도 부른다. 판본은 1200년 경 우리나라로 들어왔고 현재 30여 종의 판본이 전해지는데 무심사에 소장되어 있는 것은 1책의 목판본으로 거의 온전하다고 전한다. 본문에 시주한 사람과 간행 기록이 새겨져 있는데 선조 때인 1568년에 전라도 천관사에서 판각한 것이라 한다. '무심사 대혜보각선사서'는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강으로 향하는 오솔길 끝에 석탑과 두 개의 작은 마애불이 서 있다. 바로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멀리 고령에서 내려온 회천(모듬내)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 너머는 고령 객기리, 회천 저편은 합천 덕곡이다. 석탑과 마애불의 등 뒤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하다. 어지러운 것인지 무심한 것인지 알 수 없다. 1163년 어느 날 저녁, 대중들은 별똥 하나가 아주 밝은 빛을 내면서 서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후 대혜스님은 몸이 조금 불편함을 내비쳤고 곧 대중들에게 말했다. "내가 내일 가겠다." 이에 제자가 임종게(臨終偈, 열반송)을 청하니, 대혜선사는 "게송이 없으면 죽지도 못하느냐?"고 일갈하였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스승의 한 마디를 기다리자 선사는 이렇게 썼다. '삶도 이대로였고/ 죽음도 이대로인데/ 남길 말이 있느니 없느니 하니/ 이 무슨 번거로움이냐.' 작고 붉은 배가 가까이 지나간다.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배였다. 그를 궁금해 했는데 그는 처음부터 없었다. 대혜선사의 편지에 이런 글이 있다. '내려놓는 것도 내려놓아야 대자유의 길이 열린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서대구IC에서 창원, 광주, 옥포 방향 451번 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을 타고 간다. 옥포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달성방면으로 가다 현풍분기점에서 현풍 구지 방면 출구로 나간다. 현풍IC로 나가 이방, 구지 방면으로 우회전해 직진, 산전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직진, 산단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직진하다 대암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이노정과 곽재우장군 묘소 지나 약 5km정도 가면 오른쪽에 무심사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다. 푸른 선이 그어져 있는 자전거길을 따라 들어간다. 낙동강 자전거 길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지만 무심사 가는 길은 '차량통행'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길이 아니면 무심사로 갈 수 없다. 차가 갈 수 있는 길 끝에 무심사가 자리한다. 절집 앞마당에 주차장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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