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울산 동구 화정산 울산대교 전망대] ‘360도 뷰’ 울산항·태화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류혜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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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6 19:31  |  발행일 2025-10-16
울산대교전망대 3층 실내 전망대는 360° 통유리로 사방 막힘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울산대교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 단지 및 울산 7대 명산을 조망할 수 있다.

울산대교전망대 3층 실내 전망대는 360° 통유리로 사방 막힘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울산대교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 단지 및 울산 7대 명산을 조망할 수 있다.

울산대교를 달리며 짙푸른 염포산 위로 불쑥 솟은 울산대교 전망대의 얼굴을 본다. 보인다. 지난 이른 봄, 황사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돌아서야했던 날을 떠올린다. 그때 염포산톨게이트는 무료였던 것 같은데 이제 유료가 되었네. 동구청 옆으로 난 산길을 오른다. 큰 벚나무와 동백이 늘어서있는 가파르고 굽이진 산길이다. 우산을 쥔 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구청 바로 뒤편, 방어진체육공원을 품고 있는 이 산은 염포산의 한 자락인 화정산이다. 예부터 봉수대가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화장장이 있던 산, 오늘날 화정산 정상에는 울산대교 전망대가 자리한다.


울산대교전망대 1층 VR체험관. 고래모양의 체험 기구는 초등 4학년까지 이용 가능하고  VR영상은 2인 이상일 때 관람 가능하다.

울산대교전망대 1층 VR체험관. 고래모양의 체험 기구는 초등 4학년까지 이용 가능하고 VR영상은 2인 이상일 때 관람 가능하다.

2층 야외 테라스에서 본 울산만.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갠트리크레인 일대가 화암만조를 이루던 꽃바위 자리다.

2층 야외 테라스에서 본 울산만.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갠트리크레인 일대가 화암만조를 이루던 꽃바위 자리다.

◆ 울산대교 전망대


울산대교 전망대는 지상 4층, 높이 63m다. 1층에는 기프트 숍과 카페, 매점, VR 체험관 등이 들어서 있고, 2층은 야외 테라스, 3층은 실내 전망대, 4층은 야외 전망대다. 비가 오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4층 야외 전망대는 개방을 하지 않는데, 오늘이 그랬다. 전망대 주차장 철책 너머로 바다와 강과 여러 산업시설들이 조금 희부윰하게 펼쳐진다. 벌써 뭉클하다. 바다로 난 커다란 창을 가진 카페에는 외국인도 보이고 아이도 있다. 유명한 매점 라면을 한 그릇 비우고 1층 체험관으로 향한다. 고래모양의 체험 기구는 초등 4학년까지 이용 가능하다. 아쉽다. VR영상은 2인 이상일 때 관람 가능하다. 사람들을 기다려볼까 하다 돌아선다.


"전망대에서 야외 촬영은 안 됩니다." "울산항 방향 산업시설 촬영만 금지인 것 아닌가요?" "전부 안 됩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 실내 전망대로 곧장 올라간다. 360도 통유리는 사방 막힘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문수산, 가지산, 고헌산, 대운산 등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태화강과 동해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대왕암의 출렁다리가 가느다란 목걸이로 걸려 있다. 동구의 집과 건물들, 화정산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염포산 산록의 위엄도 인상적이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이 모든 풍경들 사이에 자리한 대규모 산업 단지 시설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규모 단위사업체의 산업현장과 항만 부두 일원의 하역시설, 야역장, 사무소, 창고들, 그리고 울산항을 드나드는 각양각색의 선박 등이 울산이라는 도시를 단번에 설명해준다.


백리를 흘러온 태화강이 울산대교 아래를 지나 동해와 합쳐지는 모습을 본다. 주먹만 한 배들은 마치 쇄빙선처럼 천천히 콘크리트 같은 물길을 헤치며 나아간다. 오래전 울산이 대한민국 최초의 산업기지로 발돋움하던 시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울산 전도를 펼쳐놓고 태화강 끝자리를 지목했다. "여기 제일 아래쪽에 다리를 하나 놓으면 어때?" 참모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때문에 울산대교는 건설되기 전부터 '꿈의 다리'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왔고 그 꿈은 반세기 만에 실현됐다. 울산대교는 울산 남구 매암동에서 동구 일산동을 잇는 1천800m의 현수교다. 2009년 11월에 착공해 2015년 6월 1일 개통됐다.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는 1천150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고 한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대교 개통에 맞춰 개관했다.


공영주차장 전망대 주변의 편백 숲. 동구청에서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전체 3㎞의 편백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공영주차장 전망대 주변의 편백 숲. 동구청에서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전체 3㎞의 편백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울산대교전망대와 방어진체육공원을 연결하는 산책로. 가파르고, 생각보다 넓지만 운치 있는 길이다. 기계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울산대교전망대와 방어진체육공원을 연결하는 산책로. 가파르고, 생각보다 넓지만 운치 있는 길이다. 기계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방어진체육공원 주차장 옆에 봉수대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다시 잘 정비된 길을 따라가면 화정천내봉수대가 나타난다.

방어진체육공원 주차장 옆에 봉수대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다시 잘 정비된 길을 따라가면 '화정천내봉수대'가 나타난다.

◆ 화정 이야기


'화정'이라는 지명은 조선 현종 13년에 화진(化津)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후 목장이 생기면서 고종 때까지 목장동(牧場洞)이라 불리다가 1911년 '화정(化亭)'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화(化, 華)는 돌출된 곶(串)의 음전(音轉)이고 정(亭)은 마을의 고어인 '댕이'가 '쟁이'로 변한 것으로, 곧 화정은 '곶댕이' 또는 '꽃등이'의 표기로 본다.


수백 년간 목장이었던 땅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동구청 뒤편의 저 빽빽한 숲은 편백나무 숲이다. 40년 이상 된 편백나무 2만 4천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숲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폭 60㎝ 가량의 등산로가 있었는데 최근 동구는 그 길을 넓혀 동구청에서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전체 3㎞의 편백 숲길을 조성했다고 한다. 벤치와 평상, 어린이 놀이시설, 맨발 황톳길도 마련돼 있다.


완벽하게 달랐을 조선시대에도 이곳의 풍경은 인기였다. 옛날 화정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방어진 바다에는 검회색 바위에 꽃 같은 무늬가 하얗게 박혀 있는 '꽃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해가 뜨고 지는 만조의 시간이면 출렁이는 물결에 드리워진 '꽃바위'가 절정을 이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데, 선비들은 이를 '화암만조(花岩晩潮)'라 부르며 방어진 12경 중 제1경으로 꼽았다. 1989년 항만축조 및 매립사업으로 '화암만조'는 사라졌지만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 시가지의 일몰과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황홀한 야경이 울산12경 중 하나로 그 대를 잇고 있다.


꽃바위가 있던 자리에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들어서 있다. 주황색 갠트리크레인이 조그맣지만 가깝게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스웨덴 말뫼에 있는 세계대표 조선업체인 코쿰스(Kockums)가 쇠락하면서 내놓은 것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구입한 것이다. 물론 크레인을 해체선적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당시 말뫼 사람들은 크레인이 해체돼 머나먼 이국땅으로 실려 가는 장면을 보며 슬퍼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에서는 장송곡을 내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저 크레인은 '말뫼의 눈물' 또는 '코쿰스크레인'이라고 불린다. 크레인의 이동은 세계 조선 산업의 중심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봉수대 입구에서 봉수대까지는 정비되어 있는 돌담 계단길이 오르내리며 약 150m 이어진다.

봉수대 입구에서 봉수대까지는 정비되어 있는 돌담 계단길이 오르내리며 약 150m 이어진다.

화정천내봉수대. 울산만 관문을 지키는 동해안 봉수대의 거점 역할을 했던 군사통신 유적으로 남쪽으로 가리 봉수대, 북쪽으로 남목천 봉수대(주전봉수대)와 연결되었다.

화정천내봉수대. 울산만 관문을 지키는 동해안 봉수대의 거점 역할을 했던 군사통신 유적으로 남쪽으로 가리 봉수대, 북쪽으로 남목천 봉수대(주전봉수대)와 연결되었다.

코쿰스크레인 방향으로 난 오솔길이 내려다보인다. "저 길을 따라가면 봉수대가 있나요?" "맞아요. 한 20분쯤 걸려요." 가파르고, 생각보다 너른 길을 따라 무작정 간다. 간간이 들려오는 기계소리가 새소리와 섞인다. 방어진체육공원 주차장 옆에 봉수대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다시 잘 정비된 길을 따라가면 '화정천내봉수대'가 나타난다. 봉수는 과거 군사통신체계의 핵심이었다. 봉수제는 고려 의종 3년인 1149년에 성립되었고 조선 세종대에 체계를 정비해 조선팔도 조망이 양호한 산 정상부에는 어김없이 봉수가 설치됐다.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신호를 올려 국경과 해안의 무탈함을 한양도심 목멱산(지금의 남산) 중앙봉수본부로 전했다. 화정천내봉수대는 울산만 관문을 지키는 동해안 봉수대의 거점 역할을 했던 군사통신 유적이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염포만 건너 남화동(南化洞)의 가리 봉수대와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남목천 봉수대(주전봉수대)와 연결되었다. 연대 위 연통이 있던 오목한 자리에 조그마한 풀꽃들이 피어 있다. 연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억거리는 꽃잎 위로 코쿰스크레인의 거더가 슬쩍 보인다. 꽃 핀 봉수대가 꽃바위 같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밀양 분기점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 울산 방향으로 간다. 울주 분기점에서 65번 동해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청량IC에서 내려 울산항, 울산시청 방향으로 직진한다. 신여천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울산대교방면으로 직진, 울산대교를 건너고 터널 지나 염포산톨게이트(통행료1800원)를 통과한다. 톨게이트 앞 대송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약 280m 진행 후 동구청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올라가면 된다. 전망대는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설과추석 당일은 휴관이며 전망대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차료와 입장료는 무료다. 전망대주차장 만차 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공영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1㎞정도다. 공영주차장 위쪽 작은 전망대에서 대왕암 출렁다리를 포함한 동구 일대를 편안하게 조망할 수 있고 일대의 편백 숲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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