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덜컹거릴 때마다 가슴 철렁”…대구 도로 4분의 1이 ‘위험 등급’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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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1 18:00  |  발행일 2025-09-01
포트홀 민원 하루 17건꼴 속출… 1km당 예산 서울의 10% 불과
노후 상·하수도관 63% 달해 지반침하 우려… “예산 확대 시급”
방치된 포트홀. 영남일보DB

방치된 포트홀. 영남일보DB

1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의 한 이면도로. 아스팔트 포장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성인 손바닥만한 구멍들이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차량이 포트홀을 피하려 급히 핸들을 꺾자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멈춰 섰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비만 오면 구멍이 더 커지는데,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 타이어 터지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며 "땜질 처방만 할 게 아니라 아예 새로 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대구 시내 도로 포장 상태가 전국 최하위 수준의 예산 투자로 인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도로 하부 노후 관로 교체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포트홀을 넘어선 대형 지반침하(싱크홀) 사고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대구시의회 조경구 의원이 분석한 최근 5년간(2021~2025년 상반기) 도로 관리 현황에 따르면, 대구 도심에서 발생하는 포트홀 민원은 연간 수천 건 단위로 급증하고 있다. 2022년 4천369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8,87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3천965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7.2건꼴이다.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비율도 위험 수위다. 도로 포장 불량에 따른 교통사고는 2022년 10건에서 2023년 46건으로 1년 사이 4.6배 폭증했다. 현재 대구 도로의 24.6%는 정밀 점검 결과 '불량(D)' 또는 '매우 불량(E)' 판정을 받은 위험 구간이다. 도로 4km를 달릴 때마다 1km는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셈이다.


이 같은 도로 관리 부실의 배경에는 타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현격히 낮은 재정 투입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시의 도로 유지관리 예산은 연평균 15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실제 포장 정비에 쓰이는 비용은 4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단위 면적(1㎢)당 예산으로 환산하면 대구는 약 8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서울(90억 원)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광주(8억 원)나 부산(4억 원) 등 인근 광역시의 포장 정비 예산과 비교해도 대구의 투자 의지는 최하위권이다. 실제로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22년 접수된 도로 포장 불량 구간 14만 7천㎡는 여전히 보수 순위에서 밀려 방치된 상태다.


지상 도로의 균열만큼이나 심각한 곳은 도로 밑이다. 최근 5년간 대구에서는 달서구 파호동과 북구 구암동 등지에서 총 12차례의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주원인은 20년이 넘은 노후 상·하수도 관로의 파손과 관리 부재로 지목된다.


현재 대구 시내에 매설된 상·하수도 관로 1만 5천713km 중 63%가 노후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교체 의지는 미온적이다. 상수도는 시급한 교체 대상(695km) 중 28%만이 3년 내 정비 계획에 포함됐고, 하수도는 노후 구간(4천564km) 대비 2029년까지의 교체 예정 비율이 단 4%에 그치고 있다.


조 의원은 "대구 도로의 4분의 1이 '위험한 길'로 판정됐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민 안전을 방치하고 있다"며 도로 유지관리 예산의 단계적 확대와 사고 다발 지역 우선 보수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이어 노후 관로 교체율 상향과 민원 처리 기한 강제 등 행정 사후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오는 3일 열리는 대구시의회 제319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시의 즉각적인 안전 대책 수립과 예산 재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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