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에 인파가 몰려 긴 줄이 형성돼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 찾은 두류공원 성당못 일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구경모기자
최근 서울시가 탑골공원 내 무질서 행위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 대구에서도 어르신들의 대표 '사랑방'인 두류공원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두류공원에서 음주와 흡연을 곁들인 사행성 오락행위가 공원 여가 문화 분위기를 저해하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져서다. 이를 두고 무질서 행위들을 원천 봉쇄해 도심공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어르신들의 모든 여가 활동을 금지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두류공원 방문객 수는 1천200만여명이다. 하루 평균 3만5천여명이 찾는다. 연령별 통계는 추산되지 않지만 시에선 공원 방문객의 70% 이상을 노인층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노인층 방문 비율이 높은 두류공원에서도 서울 탑골공원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주와 흡연을 동반한 '내기 장기·바둑'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구시에 확인결과, 앞산공원·두류공원·달성공원·대구수목원·달성습지 등 5개 도심공원에서 지난해 적발된 불법행위는 1만1천617건에 달한다. 이 중 두류공원에서만 6천882건이 적발됐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두류공원 내 불법행위 적발건을 분류하면 △흡연·불법 주차 2천486건 △풍기문란(노상방뇨, 상의 탈의) 2천56건 △불법 상행위 1천299건 △기타(음주 등) 1천141건 등이다.
이에 두류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불편함을 적잖이 호소하고 있다. 특히 불편 민원이 주로 발생하는 성당못·대구문화예술회관 인근에 대해선 우려가 크다. 박모(43)씨는 "아이들과 함께 나왔는데 바둑판, 장기판 때문에 벤치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성당못이 경치가 좋아 근처에 앉아 있으려 해도 담배·술 냄새 때문에 도저히 인근에 있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부 어르신과 부랑자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문제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자칫 단속을 하면 소외된 어르신들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두류공원이 수십년 간 어르신들의 유일한 쉼터이자, 교류 공간 역할을 해와서다.
김모(74)씨는 "집에 있으면 하루가 답답하지만, 여기 나오면 사람도 만나고 밥도 챙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어 하루가 금세 간다"며 "다만, 일부 노인들의 무질서한 행위는 부끄러운 게 맞다. 그러나 우리들이 딱히 이용할 여가 공간도 없지 않은가. 법에 위반되는 흡연과 음주는 막더라도 노름이 아닌 오락행위는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류공원 내 불편 민원 접수에 따른 현장 단속이 쉽지 않고, 모든 어르신들이 무질서한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기때문이다. 대구시 측은 "공원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노인 여가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방향에 대해 많이 고심 중이다. 전 세대가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일단 두류공원 내 장기 체류 노인들을 분산시키는 게 관건일 것 같다. 현재 두류공원내 무료급식소인 '사랑해 밥차'를 공원 외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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