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기 전, 많은 대구시민들이 일 년에 두 번만 열리는 간송미술관의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제한된 기간에만 열리는 미술관이다 보니 전시가 열릴 때면 이를 관람하기 위해 미술관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보, 보물 등 워낙 중요한 미술품이 많았기 때문에 자녀들과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특히 많았다. 간송미술관의 이전 이름은 '보화각(葆華閣,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구시민들은 엄청난 양에 최고의 우수성을 갖춘 우리 유산을 가진 간송미술관이 대구에도 건립되기를 바랐고, 그 바람은 2024년 개관하면서 이뤄졌다.
◆ 몇 번 와도 지루하지 않은 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상설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지난달 31일 주말을 맞은 대구간송미술관. 전시관에 들어서자 유리 진열장 안 청자와 백자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국보와 보물이 눈앞에 놓였다.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보던 유물이 실물로 다가왔다. 학부모들은 아이 곁에 바짝 붙어 작품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혹여 주변 관람을 방해할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전시장 안은 조용했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실감영상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이어진 영상 전시장에서는 좌석에 몸을 기대고 화면을 올려다봤다. 조명이 어둡게 내려앉자 벽면을 따라 360도 영상이 펼쳐졌다. 수묵 산수화가 공간 전체를 감쌌다. 관람객들은 고개를 돌려가며 화면을 따라갔다.
한 관람객(30·대구 수성구 만촌동)은 "개관 이후 몇 번을 와도 전시가 지루하지 않다"며 "대구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게 반갑다"고 말했다. 아이 둘과 온 김지희씨(47·대구 달서구 월성동)는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본 작품들이 나온다며 신기해한다. 실감 영상 전시도 흥미롭게 봤다. 앞으로의 전시도 기대가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관 1년, 관람객 수 등 놀라운 성과
지난해 12월, 대구간송미술관 현장 예매를 위한 긴 대기줄이 미술관 앞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40만 명을 넘겼다. 개관 직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과 '제10회 한국문화공간상'을 수상했다.
3일 개관 1주년을 맞은 대구간송미술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40만6천48명이다. 이 가운데 유료 관람객이 82%를 차지했다. 자체 조사 결과 관람객의 48% 이상은 대구 외 지역 방문객으로 집계됐다. 관람객 1인당 대구 체류 소비액은 지난해 4만원, 올해 5만원으로 조사됐다. 외지 방문객의 증가는 대구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시 흥행도 이어졌다. 개관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22만4천722명이 관람했다. 기획전 '화조미감'은 8만64명이 찾았다.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을 포함해 300여 점을 선보인 상설전도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대구간송미술관은 개관 초기부터 여러 가지 화제를 일으켰다. '한국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해 국보급 문화유산을 대거 선보이며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대구간송미술관은 어두운 방 한가운데 오로지 '미인도' 한 점만 배치해 관람객이 작품 속 미인과 1대1로 만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미인도를 보기 위해 10~20m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루브르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대구에는 미인도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파급력이 컸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와 '혜원전신첩' 등 교과서에서만 보던 진품 유물을 상설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라는 측면에서 독보적인 콘텐츠를 자랑한다. 여기에 대구간송미술관의 건축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시 원정을 오는 젊은층이 많았다.
◆ 문화유산 수리·복원 확대에 나서
대구간송미술관 수리 복원 전문 학예사들이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미술관은 문화유산 수리·복원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대구시 등 지역 기관 소장품 18건에 대한 수리·복원을 진행 중이다. 윤복진 관련 자료와 서동균의 '군자화목', 예천박물관 소장 '권문해유서' 등이 포함됐다. 지난 6월에는 겸재 정선 '화훼영모화첩'을 수리·복원 후 최초 공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이어 8월에는 예천박물관과 문화유산 수리·복원 및 보존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보이는 수리복원실'과 시민참여 공모사업도 운영한다. 개관 이후 5명으로부터 작품 10점과 아카이브 자료 577점 등 총 687점을 기증받았다.
전인건 관장은 "지난 1년간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을 통해 오늘날의 문화보국 정신을 실천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 간 민관협력을 통한 성공적 운영 사례다"며 "앞으로도 대구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간송미술관은 어떤 곳?
간송미술관은 단순히 유물을 소장·전시하는 곳을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우리 역사의 가장 힘든 시기에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의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건립됐다.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막대한 재산을 바쳐 일본으로 유출되던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고 지켜내 설립한 미술관이다. 1938년 서울 성북동에 '보화각'이란 이름으로 세웠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 박물관이다. 1966년 현재의 이름인 '간송미술관'으로 바꾸었다.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 신윤복의 미인도,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많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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