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산후 돌봄 ‘부(富)’ 편중, 양극화 심화…공공 산후조리원 도입 절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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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3 18:26  |  발행일 2025-09-03
오는 10월 중 대구 동대구역 인근 한 상가 건물에 수도권 소재 하이엔드 산후조리원의 대구지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최시웅기자

오는 10월 중 대구 동대구역 인근 한 상가 건물에 수도권 소재 하이엔드 산후조리원의 대구지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최시웅기자

2024년 12월 기준 대구지역 산후조리원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2024년 12월 기준 대구지역 산후조리원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대구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민간 산후조리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사회적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산후조리원의 경우 대체로 이용료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가운데, 소비자 선택권이 갈수록 자본주의적 '부 (富)'에 편중돼서다. 이를 두고 민간 산후조리원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산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할 공공 산후조리원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소재 A산후조리원은 내달 중 동대구역 인근에 지점을 오픈한다. '10인 미만 극 소수정예'를 위한 고품격 서비스 제공을 기치로 내건 A산후조리원은 2주 기준 최소 1천4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시설이다. 특실(프레지던트급)은 2천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대구지역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공공 산후조리원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2024년 12월 기준)를 보면, 대구권 민간 산후조리원은 모두 21곳이다. 평균 요금(2주 기준)은 298만(일반실)~358만원(특실)이다. 동구 B산후조리원이 600만~1천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수성구 C산후조리원과 D산후조리원은 각각 280만~410만원, 380만~43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이 전국에서 네번째로 낮은 346만2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 이용료는 비싼 축에 속한다.


공공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료는 170여만원으로 민간 산후조리원의 절반 수준이다. 거주민에 대한 각종 감면 혜택도 제공돼 실부담은 훨씬 적다. 이런 공공 산후조리원은 현재 전국 16곳이 설치돼 있지만 대구엔 아직 단 한곳도 없다. 경북지역엔 김천·상주·울진 등 3곳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이고, 예천·안동·의성 등에 추가 설립을 추진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이번 A산후조리원의 경우, 일반 산후조리원 규모를 뛰어넘어 '호주머니'가 가득 찬 이들만 이용할 수 있는 초고가 시설이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간 시설 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시민판단에 맡겨야 하지만, 소득 계층에 따른 '부인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소득별 상위 계층은 점차 산후조리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으나, 저소득 청년부부·한부모 등 하위 계층은 정반대 상황이 벌어져 사회적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계획이 없다. 재원 확보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공공 산후조리원이 인구·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란 점은 동의한다. 대구지역 민간 산후조리원 분포도가 높아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을 위한 로드맵 마련도 하세월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대구지역 산후조리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동구지역에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역당을 비롯해 중앙당 차원에서 도입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맴돌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이고, 대구는 청년이 떠나는 도시로 전락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젊은 세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제 사업을 추진하면 대구에서만 단독으로 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공공 산후조리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지역당 차원에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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