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리 구청장이 달라졌어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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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3 18:22  |  발행일 2025-09-03
최시웅기자<사회1팀>

최시웅기자<사회1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이른바 '결근 논란'이 발생한 지 1년을 넘어섰다. 정확한 시점조차 공식 확인되지 않은 채 지역사회에선 "2023년 하반기부터 거의 2년"이라는 추정만이 떠돌 뿐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근태 문제가 아니다. 주민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이 사실상 자리를 비운 채 구정을 방치한, 민주주의와 행정의 근본을 뒤흔드는 사태다.


그 사이 동구 구정은 공백 상태나 진배없었다. 건강 이상설은 결국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으로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책임을 물었고, 지역 정계와 언론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윤 구청장은 간헐적으로만 입장을 내거나 "조만간 밝히겠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끝내 침묵했다. 목민관으로서의 자리가 텅 비어버린 시간 동안 동구 행정은 관료 시스템에만 의존한 채 간신히 굴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7일 내려진 1심 판결은 무겁다. 벌금 200만원, 당선무효형. 법정에서 나온 윤 구청장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정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후 검찰과 본인 모두 쌍방 항소를 택했고, 현재는 재판부의 항소심 절차 진행 여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법적 공방은 다시 한 번 기약 없이 길어질 것 같다. 결국 애꿎은 구민만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런데 윤 구청장이 항소장을 제출한 지난달 14일 무렵부터 '개근 중'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을지연습 기간 상황실 지휘, 각종 행사 참석 등 '정상 업무 복귀'를 연상케 하는 행보도 포착됐다. 하지만 이 장면은 씁쓸함과 꺼림칙함만 남긴다. 구청장의 출근 여부가 기사화되는 현실 자체가 아이러니이자, 동시에 "왜 이제야"라는 물음을 남기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선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여긴다. 1심 판결문은 윤 구청장의 '부실한 공무 태도'를 꼬집었다. 내년에 열릴 지방선거를 의식했다기보다, 항소심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시민단체들은 "한 달내에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동구의회 역시 구정질문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는 중이다. '구정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동구민의 몫이었다.


9개월 뒤면 '민선 9기'를 뽑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구청장이 법정 다툼에 매달리는 동안, 주민들의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윤 구청장이 진정 업무에 복귀한 것인지, 항소심의 유불리에 매달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동구민의 바람은 간단하다. 사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더 이상의 행정 공백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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