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국내에서 월간 이용자 2000만 명을 넘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쓴다는 얘기다. 꼬마 아이들이나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젊은 세대 대부분이 챗GPT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챗GPT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게 가팔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0만 명 수준이던 이용자가 불과 1년 만에 다섯 배로 늘었다. '지브리 프사' 열풍으로 한 달 만에 1000만 명을 넘었고, 다시 다섯 달 만에 2000만 명에 도달했다. 이제 챗GPT는 단순한 답변을 넘어 글쓰기, 기획, 이미지 생성까지 아우르는 편리함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중화된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최신 모델 GPT-5는 "박사급 전문가 수준"이라던 오픈AI의 호언과 달리, 실제 이용자들에게서 실망을 샀다. 잘못된 표기와 허술한 답변이 이어지며 "GPT-4o보다 못하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오픈AI가 '자동전환장치'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한 번 잃은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몇 번의 실망이 쌓이면 대답 전체를 의심하게 된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래도 여전히 챗GPT를 쓰는 건, 지금까지는 가장 안정적이고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AI 경쟁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흐름이 있다. 구글 제미나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최근 2.5 버전을 내놓으며 월간 이용자 3억5000만 명을 돌파했고, 불과 6개월 만에 일간 이용자가 네 배로 늘었다. 특히 구글 캘린더와 메일, 유튜브와 매끄럽게 연동되면서 업무와 생활이 훨씬 간편해졌다. "AI가 생활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가장 근접한 사례로 평가된다.
AI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양강 구도에 들어섰다. 오픈AI와 구글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용자는 더 나은 기능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중요한 건 특정 기업의 승패가 아니다. 나에게 맞는 AI, 내 일상에 도움이 되는 AI를 고르는 일이다. 답변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 일정 관리, 메일 확인, 문서 작성까지 얼마나 시간을 줄여주는지가 관건이다.
기자 역시 요즘은 상황에 따라 챗GPT와 제미나이를 나눠 쓴다. 일정 관리나 유튜브 영상 요약처럼 생활에 가까운 일에는 제미나이가 편리하고, 정보 검색이나 글 구성, 기획에는 여전히 챗GPT가 강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AI가 더 잘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내 필요에 맞게 똑똑하게 쓰는 일이다. 써보면 알지만, 한쪽이 모든 걸 대신해주진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장점을 알아보고 조합해 쓰는 게 효율적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가 아니라, 내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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