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에 배식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대구 두류공원 내 무료급식소인 '사랑해 밥차' 이전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운영 단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공원 밖으로 옮기려는 대구시와 기존 무료급식소 장소 존치를 바라는 <사>사랑해 밥차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류공원 일대를 전국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각종 사업추진을 추진하려는 대구시는 공원 이미지 개선차원에서 무료급식소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랑해 밥차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제공 차원에서 20년 넘게 이어온 무료급식소를 하루아침에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 등은 현재 두류공원 국가도시공원 지정(2027년 전망) 준비에 맞춰 내년부터 공원 내 무료급식소를 공원 밖에서 운영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해 공원 내 각종 관광·문화 인프라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무료급식소 운영일마다 시민들이 밀집해 발생하는 무질서 행위를 줄여 방문객 연령층의 다양화도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대구시는 무료급식소 부지로 활용 중인 성당못과 대구예술문화회관 인근에 지하 주차장(주차대수 1천면 규모) 및 도시숲 조성 계획을 세운 상태다. 공원 곳곳에 체험 시설과 산책로를 정비해, 시민들이 쾌적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환경을 재정비하는 게 목표다.
대구시 측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두류공원관리소에 접수되는 공원 내 불법 민원만 한 달에 수백 건이 넘는다. 특히 '사랑해 밥차' 운영일엔 2~3배 이상 늘어난다"며 "올 하반기 중 두류공원 인근 유휴 건물을 활용한 무료급식소 이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엔 구두 협의가 아닌 정식 공문을 보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방침이다. 내년 초 전면 이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사랑해 밥차 측은 대구시의 이전 요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공원 이미지 개선만을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옮기라는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랑해 밥차 관계자는 "20년 넘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하루 1천300명이 넘는 어르신과 노숙자들의 끼니를 책임져왔다. 무료급식소는 단순히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외로운 이웃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적 고립을 막는 역할을 해온 공간"이라며 "공원 위상을 높이는 미래 발전 계획도 좋지만, 이를 사회적 복지 제공 중단으로 연관시키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무료급식과 관련한 공원 점용 문서가 남아 있지 않고, 당시 당사자 간 협의로만 급식소 운영이 이뤄져 왔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각에선 당장 내년부터 무료급식소 운영이 전면 중단된다는 소식도 흘러 나와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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