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읍천항에서 바라본 월성원전. 영남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원자력발전 정책 방향은 확대도 축소도 아닌 실용적 병행으로 요약된다. 원전 건설의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존 원전의 활용을 병행하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부지도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단기 전력 수요 충당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기존 원전은 안전성이 담보되면 수명 연장을 검토하고 이미 짓고 있는 원전은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도 아직 기술 개발이 안 됐기 때문에 당장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이달 9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 과정을 거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유보 상태임을 시사했다. 당초 올 가을로 예정됐던 신규 원전 입지 공모도 공론화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원전 정책 변화로 경북 지역에서는 경주 월성원전 내 월성 2·3·4호기와 울진 한울원전 1·2호기의 10년 계속 운전도 공론화 이후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30년 설계수명에 따라 월성 2호기는 2026년 11월, 3호기는 2027년 12월, 4호기는 2029년 2월, 한울 1호기는 2027년 12월, 2호기는 2028년 12월 각각 운영 허가가 만료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안전성 담보 시 연장"이라는 조건부 수용으로, 결과에 따라 향후 5년간 계속운전 등 원전 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지목한 "짓다 만 원전 부지"에 대해서는 과거 예정지였다가 백지화된 영덕 천지원전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발언 이후 원자력 업계의 내부 반응은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발언은 신규 건설을 사실상 배제한 것"이라며 "안전성 확보 시 기존 원전을 연장하겠다는 메시지는 월성 2·3·4호기를 비롯한 10여 기 원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울 3·4호기 같은 이미 착공한 사업은 마무리하자는 뜻으로 환경부 장관의 발언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규제 권한이 분산되면서 현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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