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 시행되는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기대와 우려 교차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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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21:05  |  발행일 2025-09-11
내년부터 초등 이하 학부모 대상 ‘육아기 10시 출근제’ 전국 시행
2022년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10시 출근제’ 확장
학부모 “양육 부담 완화 기대” vs “사업 실효성 의문, 소외 받는 계층 있을 것”
전문가 “근무 여건·기업 참여 유도 관건”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성동초등학교 6학년 11반 교실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성동초등학교 6학년 11반 교실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육아기 10시 출근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양육 부담을 덜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근무환경과 양육조건에 따라 제도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어서다. 사회적 '형평성' 문제 해소와 기업 참여도 제고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부터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육아기 10시 출근제'를 시행한다. 최대 1년간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한 시간을 출·퇴근 때 늦추거나 앞당겨 쓸 수 있다.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한 후 민간 기업으로 참여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 제도는 2022년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10시 출근제'의 확장판이다. 당시 광주시는 근로자 300명 미만 지역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초등생 부모 근로자가 최대 2개월간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한 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에서도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뜨겁다. 일과 양육이 공존하는 유용한 제도인 데다 돌봄문화 정착에 따른 삶의 질 향상도 기대돼서다. 학부모 조모(38·수성구)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등교 준비를 혼자 하기 어려워 부모 도움이 절실하다. 출근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춰지면 아이와 함께 아침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이 한결 놓일 듯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41·북구)씨는 "현재 자녀가 둘인데 돌봄 공백이 큰 초등 저학년 시기에 꼭 필요한 제도다. 첫째와 둘째 모두에게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근무여건과 양육환경에 따라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정에선 허탈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IT업에 종사하는 이재현(39)씨는 "업무 특성상 10시 출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민간 기업 참여를 권장해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자영업자 김지윤(42)씨도 "결국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일부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기업·자영업 종사자는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각에선 학부모의 직장 출근이 늦어지면 사측이 지원금을 받아 손실을 메운다고 해도 결국 남은 인력이 업무 공백을 떠안게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성서공단에 직장이 있는 이모(29)씨는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근시간을 조정해 주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결국 다른 직원이 그만큼의 업무를 떠맡아야 한다"며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로 정착하려면 대체인력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생산직처럼 출퇴근 시간보다 납기일에 맞춰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직종에선 근로시간 경감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0시 출근제' 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근로시간 조정에 따른 업무공백 보완책과 민간 참여 유도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이지민 교수(가족주거학과)는 "출근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해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며 준비할 여유를 갖는 건 긍정적"이라며 "늦게 출근한다고 해서 가족관계가 극적으로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돌봄을 받고 부모도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양육에 대한 인식 전환과 기업체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 혜택을 보는 대상 간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워킹맘 등 한부모가정이 실질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도 단축 근무 등에 눈치를 봐야 하는 이들에게 우회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해 2월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 내 초등생 학부모 근로자를 대상으로 '10시 출근제'를 시행 중이다. 각 사업장은 경북도와 1개월 약정을 맺으면 근로자 1인당 손실금 20만원, 2개월 70만원, 3개월 100만원을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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