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픽] 경주 오악(五岳), 신라 천년 품은 산행길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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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1 17:02  |  발행일 2025-09-11
토함산·남산·단석산·선도산·소금강산이 빚은 신라의 풍경
문화유산과 전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특별한 주말 산행
스탬프투어 시즌Ⅲ로 여행과 체험을 함께 즐길 기회
경주 남산 늠비봉오층석탑의 모습. <경주시 제공>

경주 남산 늠비봉오층석탑의 모습. <경주시 제공>

천년고도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과 첨성대 같은 문화유산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진짜 매력은 산에 있다. 신라인들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다섯 명산을 오악이라 불렀다. 토함산, 남산, 선도산, 소금강산, 단석산이 그 주인공이다. 오악은 신라 천년의 신앙과 역사,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은 산들로 오늘날에는 시민과 여행객에게 열린 산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토함산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영산이다. 해발 745m로 산세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좋다. 가을이면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불국사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는 경주 시내와 불국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물로 등록된 남산 용장사곡삼층석탑. <경주시 제공>

보물로 등록된 남산 용장사곡삼층석탑. <경주시 제공>

보물로 등록된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경주시 제공>

보물로 등록된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경주시 제공>

남산은 산 전체가 '야외 박물관'으로 불린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걸으면 마애불, 삼존불, 탑과 절터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산행 자체가 곧 문화유산 탐방이 되는 셈이다. 1시간 가볍게 오르는 산책 코스부터 4~5시간 걸리는 종주 코스까지 다양해 체력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단석산은 경주 북쪽을 지키는 산이다. 해발 827m로 높이가 제법 되며, 정상에 오르기 전 바위 능선을 타는 길은 다소 험하다. 그러나 정상에 서면 그 수고가 보상된다. 경주시내와 드넓은 들판이 발 아래 펼쳐진다. 김유신 장군이 신검으로 바위들을 베었다는 전설과 신라 화랑들이 이곳에서 수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높이 7m의 선도산 마애삼존불. <경주시 제공>

높이 7m의 선도산 마애삼존불. <경주시 제공>

선도산은 해발 331m로 높지 않아 가볍게 오르기 좋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주시내 풍경은 탁 트여 있어 짧지만 만족스러운 산행을 선사한다.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산이지만, 관광객에게는 짧은 시간에 경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소금강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경주시 제공>

소금강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경주시 제공>

경주 시가지 내에 있는 소금강산(해발 177m)은 이름처럼 작은 금강산을 닮았다. 기암괴석이 즐비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며, 사진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수천 년 풍화가 빚어낸 바위 능선을 오르내리며 자연이 만든 조각품 같은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11월30일까지 3개월간은 국립공원공단 경주사무소와 경주시가 함께 운영하는 '경주 명산 오악잇기 스탬프투어 시즌Ⅲ' 프로그램을 통해 오악을 비롯한 불국사, 국립경주박물관, 황룡사역사문화관, 성동시장, 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와 전통시장을 인증하며 여행을 이어갈 수도 있다.


신라 오악은 단순한 산행지가 아니다. 신라인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성스러운 공간이자 불교 예술과 전설이 깃든 역사적 무대다. 다섯 산을 걷는 길은 곧 신라 천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길가의 작은 바람, 절터에 남은 돌 하나까지도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악을 오르는 순간은 단순한 주말 산행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체험이 된다.


이번 주말 배낭 하나 둘러메고 경주로 향해보자. 토함산의 아침 햇살, 남산의 고요한 숲길, 단석산의 바람, 선도산 정상의 시가지 풍경, 소금강산의 기암괴석은 여행자가 오래도록 기억할 순간을 남겨줄 것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주의 매력은 결국 오악에서 완성된다. 주말을 채우기에 이보다 더 풍성한 여행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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