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가 관용어로 굳어진 지 어언 10년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6' 영향이 컸다. "올해는 브랜드보다 가성비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다. 김 교수의 예측대로 2016년부터 가성비는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어떤 상품을 사든 가성비부터 따지고 맛집 소개 글에도 가성비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생산 및 유통 구조에도 가성비 혁신 바람이 불었다.
기실 가성비 전략은 중국의 신공이다. 경쟁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가성비와 속도로 시장을 장악한 후 성능마저 끌어올리는 방식이 저들의 장기다. 글로벌 전기차 1위로 등극한 BYD, 로봇청소기로 한국 안방을 점령한 로보락이 그랬다. 'AI 신세계'에 충격을 몰고 온 딥시크의 추동력도 가성비였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의 가격은 한때 7천만원을 웃돌았다. 대형언어모델(LLM)을 완성하려면 1만6천개의 GPU를 써야 하는데 딥시크는 저가형 GPU H800을 2048개만 사용해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내놨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 R1에 딥시크의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가성비"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딥시크의 AI 개발비는 오픈AI의 18분의 1에 불과하다.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중국 AI의 오픈소스 방식을 거론하며 "차세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오픈소스 방식이 AI 가성비를 높이고, 가성비 제고는 AI 범용화 시대를 열 것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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