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출신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SONCLAIR)'는 자신들의 음악을 '시간을 잇는 멜로디'로 정의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바리톤 임경훈, 테너 안혜찬, 베이스 이기현, 테너 조규석. <사진=정수민기자>
"송클레어의 음악은 '시간을 잇는 멜로디'예요. 과거의 클래식, 현재의 노래, 미래에 불리게 될 음악까지 모두 저희만의 색깔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대구 출신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SONCLAIR)'는 자신들의 음악을 이렇게 정의한다. 송클레어는 지역 성악가 테너 안혜찬·조규석, 베이스 이기현, 바리톤 임경훈으로 구성된 남성중창단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맑고 고운 소리'라는 뜻의 팀명처럼 대구 곳곳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지역민들에게 존재감을 다져왔다.
지난 10일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시간을 초월한 멜로디'를 앞두고 이들을 무대 뒤에서 만났다. 이미 오후 공연을 마친 직후라 다소 지쳐 있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장르 특성상 무대에 설 때마다 혼신을 다해 모든 기력을 쏟아붓기 때문에 백스테이지에선 기진맥진할 수 밖에 없다"는 말에서 무대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21년부터지만, 네 사람의 인연은 2015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유니버시아드에서 시작됐다. 계명대 출신의 이기현·조규석·임경훈, 그리고 경북대 출신의 안혜찬은 함께 무대에 서며 자연스레 팀을 결성하게 됐다. 이에 이들에게 대구는 '음악적 고향' 같은 곳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23년 이기현과 안혜찬은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했다. 이들은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방송을 계기로 저희를 찾아주는 분들이 많아져 지금의 '송클레어'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남성중창단 '포징엔(Vorsingen)'도 결성해 활동했으나, 현재 일부 멤버가 해외에 있어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 "'포징엔'은 클래식 앙상블이고, '송클레어'는 온전한 팝페라 그룹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Song Clair)' 프로필. <에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6월 발매된 데뷔 싱글 '송클레어(Song Clair)' 뮤직비디오 장면. <에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각 멤버 취향 달라…다양한 곡 들려주고 싶어"
데뷔 싱글, 강 작곡가와 유튜브 인연으로 협업
내년 2월엔 발렌타인데이 콘서트 앞두고 있어
이번 콘서트 프로그램은 네 사람이 추구하는 음악적 취향을 고스란히 담았다. '천생 오페라 가수' 이기현, 록 음악을 좋아하는 '오페라커(Opera+Rocker)' 조규석, '팬텀싱어'의 매력에 반해 크로스오버곡을 선호하는 안혜찬, 그리고 앞서 나온 장르를 제외한 모든 음악이 좋다며 유쾌하게 답한 임경훈까지. 이렇듯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다 보니 회의가 길어질 때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송클레어만의 색깔이 완성된다고 전했다. "팝페라 장르의 장점은 어떤 장르든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앞으로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곡을 송클레어만의 색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안혜찬)
지난 6월에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데뷔 싱글 '송클레어(Song Clair)'를 발매했다. 특히 SM클래식스 소속 대구 기반 작곡가 강한뫼가 참여해 주목받았다. 이기현은 "강한뫼 작곡가와는 유튜브 채널 '매월지가'에서 하는 지역 성악가들과의 컬래버 프로젝트를 계기로 처음 만나게 됐다"며 "곡이 너무 좋아 러브콜을 보냈더니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곡을 "풀 오케스트라와 밴드 세션, 국악풍의 리듬이 어우러진 대곡"이라며 "장르상 팝페라곡이지만, 사람들이 듣고 느끼는 것이 곧 이 음악의 장르"라고 설명했다.
네 멤버 모두 대구를 기반으로 개인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조규석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꾸준히 올랐고, 안혜찬은 다양한 현장 행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으며, 임경훈은 최근 지휘를 공부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기현은 지난해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데 이어, 오는 10월에 공연되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피가로의 결혼'의 주연으로 무대에 선다. 이들은 "대구에서 공연할 땐 가족이나 스승님이 객석에 계실 때도 있어 더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지역 분들이 '우리 아티스트'라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였던 화이트데이 콘서트에 이어 내년 2월에는 밸런타인데이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눈앞의 목표는 전국 투어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페스티벌이나 콘서트라고 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크로스오버 그룹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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