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대치동이 다시 펼친 신문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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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8 16:02  |  발행일 2025-09-18

'신문 좀 읽으세요.' 정확히 말하면 '디지털 말고, 종이 신문 좀 읽으세요'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바쁜 아침이겠지만 하루 단 몇 분이라도 신문을 읽어보자. 특히 학생이라면 더더욱.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 상위권 학생들 상당수가 여전히 종이신문을 본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한때 유행했던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 활용 교육)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신문을 활용해 시사·과학·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사고력과 통합적 시각을 기르고,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한 학원은 '신문으로 생각을 키우고 세상을 배운다'는 문구를 내걸고, 인성·사회·경제·과학·문화·언어·건강·스포츠·환경까지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10개 영역을 수업에 녹였다.


결국 핵심은 '문해력'이다. 요즘 어딜 가도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다. 스마트폰과 ChatGPT 같은 생성형 AI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길들여져 있다. 책 한 권은커녕 긴 영상 하나도 끝까지 보기 힘들어한다. 이해하고,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힘이 급격히 약해진 것이다. '문해력은 집을 팔아도 못 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지금은 현실에 가깝다.


사실 기자도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긴 글을 읽는 일이 버거워졌다. 요약해달라며 ChatGPT에게 넘기고, 분석해달라며 결과만 받아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엔 신기해서, 그다음엔 귀찮아서, 이제는 당연해서.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 핵심을 짚어내고 맥락을 꿰뚫는 힘이 퇴화할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신문을 정독하려고 한다.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읽고, 문장을 곱씹는 그 시간이 지금은 나를 지켜주는 일 같아서다.


기자의 지인 한 명은 매일 아침 신문을 정독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기사를 가위로 오려 등교길에 쥐여준다. 어떤 날은 1면 톱기사, 어떤 날은 경제면, 또 어떤 날은 칼럼이다. 저녁에는 함께 밥을 먹으며 그 기사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처음엔 대충 넘기던 아이도 어느 날 문득 제목을 읽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침마다 스스로 신문을 펼친다고 한다.


책과 달리 신문은 시의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압축해 담아내기 때문이다. 단 몇 분만 투자해도 지금 세상에서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에, 우리는 글을 '읽는 힘'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 신문을 읽는다는 건 AI에 내 생각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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