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통령의 발언에 흔들리는 영덕군

  • 남두백
  • |
  • 입력 2025-09-24 17:29  |  발행일 2025-09-24
남두백

남두백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조성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그의 발언은 청정에너지 국가로의 전환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경제로 내세운 AI와 반도체 산업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신성장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전력 수급 안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없었다.


관심은 '신규 원전'이었다. 이미 지난 2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에 대해 "지금 당장 시작해도 10년이나 돼야 지을 둥 말 둥인데 그게 대책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섞어 쓴다는 에너지믹스 정책은 변한 게 없다"라고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동안 원전에 대한 찬반 의견의 주민들 뿐만아니라 영덕군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영덕군은 지난 2012년 천지원전 유치를 통해 정부의 건설 예정지 고시를 수용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해당 부지와 지역 주민들은 갈등과 소외 속에 긴 세월을 견뎌왔다.


지난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계획에 신규 원전이 다시 포함되자 영덕군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모든 게 어려워진 지역 현실에서 원전 유치는 가장 매력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애매한 발언은 이런 기대를 일순간에 무력화시켰다.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상황을 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도는 결국 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커질 뿐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한마디에 탈원전을 경험했던 지역민의 정부 불신감은 아직도 상당하다.


특히 산불 피해 복구 비용에 수백억 원의 군비(지방비)가 필요한 영덕군으로선 원전이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지역 생존 전략의 핵심이란 점에서 이번 발언의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영덕군이 추진하는 블루로드 중심의 해양관광, 웰니스 산업, 스마트 수산가공단지 등 지역 활성화 전략 모두가 장기적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원전 유치를 통해 발전기금을 확보하고 관련 기반 산업을 유치하려는 시도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 산업부 장관은 원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환경부 장관은 공론화 과정이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갈래의 주장에 영덕군의 방향성은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한 대통령의 메시지다. 어느 길이든 확실히 정해져야 움직일 수 있다.



기자 이미지

남두백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