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확산하는 ‘K’의 힘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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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5 15:27  |  발행일 2025-09-25

최근 유럽 출장길에 마스크팩 세트를 10개 남짓 챙겨갔다. 현지 취재에서 만날 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이 필요해서였다. 한정된 예산과 캐리어에 넣을 수 있는 부피를 고려한 선택이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조금 더 보태서 고급 찻잔 세트라도 준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웬걸. 이들은 마스크팩을 받고선 "K-뷰티!"라고 먼저 반응했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마스크팩. 예전 같았으면 'K'를 특별히 떠올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K'는 한국을 나타내는 접두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현지 취재 도중 약간의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자, 누군가는 "마치 K-드라마 같다"며 호응했다. 작은 순간조차 'K'라는 언어로 번역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K-팝과 K-컬쳐에 푹 빠져있다는 부연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자 흥미를 보인 이들도 있었다. 두 차례나 "한국어는 공격적인 북한말과 확실히 다르게 들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제는 한국어 억양의 차이까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끌 정도로 'K'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생각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K'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라며 "우리의 조상이 싸워서 쟁취한 품질보증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짧지만 강한 이 표현은 오늘날 K-브랜드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없어서 못 먹는 K-푸드", "한 번 빠지면 끝없는 K-콘텐츠" 등 반응이 쏟아진다. 최근엔 한국을 다녀온 외국인 사이에서 '서울병(病)'에 걸렸다는 유행어도 생겼다. 서울에 다녀온 뒤 다시 가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뜻인데, 일종의 '밈'처럼 쓰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반응이 이제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K-브랜드의 힘은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북 경주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든 지 오래다. 불국사와 석굴암, 황리단길, 대릉원, 동궁과 월지, 경주박물관을 찾은 이들은 "역사 도시가 이렇게 힙할 줄 몰랐다"는 후기를 남기고, 그 경험은 다시 SNS를 타고 전 세계로 번져 나간다.


그리고 다음 달, 경주에선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천년고도에 모인 세계의 시선 앞에서 한국은 또 어떤 'K'를 새롭게 써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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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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