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경세유표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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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6 08:53  |  수정 2025-09-26 09:38  |  발행일 2025-09-26

경세유표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조선의 부국강병을 염원하며 저술한 국가 개혁서다. 1808년(순조 8년) 시작해 1817년(순조 17년)까지 집필했다. 완결작이 아니다. 처음엔 48권이었으나 필사 과정에서 44권 15책으로 편집됐다. 서경(書經)과 주례(周禮)를 이념의 근간으로 하여 조선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각색했다. 목민심서, 흠흠신서와 더불어 다산의 대표 저서로 꼽힌다. 원래 제목은 방례초본.


경세유표(經世遺表)는 '세상을 다스리는 데 참고가 될 제도적 모범을 죽어서라도 임금에게 바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혁의 대강과 원리를 제시한 뒤 기존 제도의 모순, 실제 사례, 개혁의 필요성을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정리했다. 토지제도를 비롯해 국방·제례·과거·교육·조세 등 국가 행정 및 제도의 총체적 개혁안을 망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당시에 이미 지방과 중앙권력의 균형을 얘기했고, 관료임기제와 문서행정의 체계화를 주장했다. 경세유표는 정책 제안서를 뛰어넘어 조선 사회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려 했던 다산의 개혁철학과 사유(思惟)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정권이 바뀌면 통과의례처럼 개혁을 추진한다. 이재명 정부도 어김이 없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 하지만 졸속 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민주당의 속도전은 우려스럽다. 검찰 보완수사권과 대법관 증원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수다. '답정너' 공청회로 때워선 안 된다. 개혁을 주도하는 정치인·관료들에게 경세유표 일독을 권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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