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14집 발표하는 저항가수 안치환…“우리 세대의 ‘현재 진행형’ 노래 부를 것”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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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9 16:08  |  수정 2025-09-30 18:03  |  발행일 2025-09-30
내달 14집 ‘인간계 발매 기념 콘서트 열어
10월11일 대구 아양아트센터서 첫 콘서트
“민중가요라는 말 거부해…차라리 저항가요”
대중가수 전환점은 ‘내가 만일 ’…“고마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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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차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음악이 끝나는 날까지 지금의 나이에 맞는 소재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온테이블 제공>

"저는 민중가요라는 말은 거부해요. 민중들이 즐기고 부르는 노래가 민중가요여야 하는데, 민중가요라고 불리는 노래들을 민중들이 부르나요? 아니잖아요. 민중을 팔지 말라는 거죠."


지난달 19일 영남일보에서 만난 '저항가수' 안치환은 단호하게 운을 뗐다. 오는 11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4집 발매 기념 콘서트 'HIS STORY'를 앞두고 그와 마주했다.


올해로 데뷔 38년 차인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저항가요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대학을 졸업한 1988년부터 음악의 길을 걸어온 그의 전환점은 1995년 발표한 4집 앨범 수록곡 '내가 만일'이었다. 그는 "'운동권 가수'에서 이미지 확장을 하던 시기에 대중가수로 알려지게 된 고마운 노래"라고 회상했다.


첫 작품이자 첫 히트곡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에 얽힌 비화도 들려줬다. "처음 노래를 쓰기 시작했을 때 가장 갈증을 느꼈던 것은 내용적인 부분"이라며 "말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명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우연히 박영근 시인의 시 '솔아 푸른 솔아'를 발견했고, 마침 작곡한 멜로디와 맞아떨어져 탄생하게 된 노래"라고 밝혔다.


이후 시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소설을 읽게 되고 생활화가 되고 결국 버릇이 됐다"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도 즐겨 읽는다. "나이든 세대로서 젊은 세대가 쓰는 소설이 재미있어졌어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세대나 젠더 문제도 흥미롭고요. 그러한 것들이 쌓여서 음악적 결과물이 나오죠." 2021년 발매된 '일단 한 잠 푹 주무세요'도 그 연장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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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4집 앨범을 발매하는 가수 안치환은 "과거 노래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나이에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온테이블 제공>

직설적 노래 제목…"음악은 시대의 모습"

15집 내년 발매 예정…"따뜻한 삶의 노래"

"가장 하고 싶은 건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것"

이달 발매되는 14집 앨범 '인간계'에는 지난 3~4년간 만든 곡들이 수록됐다. 이 중에는 '빨갱이' '쪽팔리잖아!' '오늘도 노동자가 죽었다네' 등 강렬하면서 직설적인 제목들도 눈에 띈다. 그 이유에 대해 "음악은 시대의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제목들이 직설적으로 느껴진다면,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그러한 시대가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수록곡 '세상의 빛'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촛불집회 현장을 담은 노래다. 당시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던 현상에 대해 "저항의 광장에서 대중이 그것을 선택한 것이고, 그럴 노래가 있으니 다행"이라며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노래가 대중의 정서를 하나로 모아줄 수 있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화두는 '인간성'이다. "문명은 발전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진보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며 "특히 계엄을 겪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탐구하게 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극단적인 정치 진영의 분리에도 우려를 표했다. "몇 년 사이에 굉장히 심화됐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이 많이 작용한 예시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15번째 앨범 발매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굉장히 따뜻하고 좋은, 내 세대에 맞는 삶의 노래"라고 예고하며 "음악이 끝나는 날까지 지금의 나이에 맞는 소재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곡 '나는 오늘만 산다' 'TV 리모컨' 등에는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가사들이 담겼다"는 말을 보탰다. 이어 "몇십 년 전 과거의 노래로만 만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나이에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치환은 오는 11일 대구 아양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서울(10월18일), 광주(11월1일) 등에서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투어에서 그가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응원'이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일이죠. 단순한 희망고문이 아니라, 우리 세대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응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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