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의사 절벽’ 넘는다… 의료취약지 공백 해소 종합대책 가동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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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0 15:45  |  발행일 2025-10-10
영양·청송 등 농산촌 의료공백 심화
공보의 절반 감소에 원격협진·인력확충 나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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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종합대책'을 본격 추진한다. 하지만 이미 농산촌 현장에서는 의사 부족이 일상화되며, 주민들의 기본 진료 접근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북 내 209개 보건지소 중 82곳(39.2%)이 공보의 없이 운영되고 있다. 2014년 이후 전국 보건지소 근무 의사는 45% 이상 줄었고, 경북 역시 2022년 287명에서 올해 153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 복무 기간(36개월)의 부담, 낮은 처우 등이 겹치며 신규 지원자는 급감했다. 올해 경북에 신규 배정된 공보의는 43명뿐으로, 그중 영양군에는 단 1명이 배정됐다.


의료취약지인 영양군과 청송군은 그 여파가 직접적이다.


영양군은 수비·입암·석보·일월·청기 등 5개 보건지소를 운영하지만, 실제 진료 가능한 공보의는 1명뿐이다. 그는 일주일 내내 지소를 돌며 순회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10명이던 공보의는 이제 5명으로 줄었고, 내년엔 4명이 전역을 앞두고 있다.


수비면 주민 B씨(78)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의사날을 놓치면 약을 며칠씩 못 먹는다"며 "버스를 놓치면 읍내까지 가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청송군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8년 21명이던 공보의는 올해 14명으로 감소했고, 내년엔 6명이 전역한다. 일부 지소는 한의사가 근무하고 있어 내과·소아과 진료를 위해 다른 면으로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청송의료원 관계자는 "공보의 한 명의 부재가 곧 의료공백으로 이어진다"며 "순회 진료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공보의 감소를 단순한 인력난이 아니라 필수의료 기반 붕괴의 신호로 보고 있다.


의정 갈등 이후 병원을 떠나 공보의로 입대한 의사 중 3분의 1이 고년차 전공의였으며, 내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의대생의 현역병 입대가 늘면서 공보의 충원은 더 어려워졌다.


현재 공보의는 복무 기간이 36개월로 현역병(18개월)의 두 배지만 급여는 월 206만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공보의는 "입대한 의사보다 전역자가 2배는 많다"며 "이 추세라면 3~4년 내 농촌 의료는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북도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의료취약지 중심의 맞춤형 의료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올해 5개 시·군에서 12명의 의사를 채용한 '보건소 진료의사 인건비 지원사업'을 2026년까지 확대해 20명 이상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간호사와 진료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6개월 과정의 '진료 전문인력 교육'을 운영해 보건진료소의 진료 역량을 강화하고, 건강증진·돌봄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모델을 도입한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협진 사업을 확대해 보건지소와 의료기관 간 실시간 협진 체계를 구축, 만성질환자·치매환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의사가 없어 진료를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지역 실정에 맞는 의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보건진료소 중심의 통합의료체계로 '경북형 기본의료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절박한 목소리가 나온다.


영양군의 한 공보의는 "순회 진료로 버티고 있지만 내년 이후엔 인력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통계보다 현장의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공보의 감소는 농촌의 문제를 넘어 필수의료 전체의 위기"라며 "경북의 현실은 머지않아 전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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