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희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장
가축전염병은 단순한 농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영향은 질병에 따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축산업 전체로 확산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은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축방역은 축산농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와 시민이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책무다.
이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곳이 바로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다. 1988년 개소 이래 지역의 가축 질병 예방과 축산물 안전을 책임져 온 시험소는 2023년 군위군 편입으로 관할이 확대됨에 따라 '군위지원과'를 신설해 현장 방역을 더욱 강화했다.
소·돼지·닭 등 가축의 질병 진단과 예방을 위해 연중 가축질병 방역대책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가축뿐만 아니라 야생 멧돼지와 철새에서의 바이러스 검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필요할 경우 즉시 현장에 출동해 소독, 예찰 및 교육을 지원하고, 자체 '가상방역훈련'으로 현장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시험소의 역할은 단순한 질병 진단을 넘어선다.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라는 원칙 아래, 가축 사육부터 도축, 유통, 소비까지의 전 과정의 안전을 관리한다. 사육·도축 단계에서는 가축의 질병 유무와 축산물(원유, 식육)의 잔류 항생제 및 유해물질을 정밀 분석한다. 또한 유통 단계의 축산물과 축산물가공품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를 통해 부적합 제품은 즉시 유통을 차단해 시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험소의 사명이다.
동물위생시험소는 사람과 가축,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원헬스(One Health)'개념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소 결핵병, 브루셀라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을 동시에 위협하며, 국제교역 확대와 해외여행 일상화, 기후변화로 인해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험소는 국내외 방역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고 해외 유입 질병에 대비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과 가축의 항원·항체 수준을 감시해 잠재적인 질병 위협을 조기에 발견하여 '사람-가축-환경'의 건강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적 대응은 단순한 질병 통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안전망을 강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군위군 편입 이후 대구의 축산업은 새로운 축산환경 변화를 맞이했다. 동물위생시험소는 과학적 진단과 신속한 대응, 농가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가축 질병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안전한 축산물이 시민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축의 건강은 곧 사람의 건강이다. 앞으로도 동물과 사람, 환경을 함께 보는 통합적 시각으로 시민의 안전과 건강한 지역사회를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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