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TK와 호남도 1당 독식을 통한 ‘양극화 단초’ 제공했다

  • 정재훈·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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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3 13:45  |  수정 2025-10-23 13:46  |  발행일 2025-10-23
영남일보 세번째 정치보고서 ‘양극화 넘기’
② TK와 호남의 ‘독식구조’가 문제

2022년 6월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커다란 불명예를 안고 시작했다. 선거 시작도 전에 총 494명의 출마자가 '무투표 당선'되면서 역대 최다 기록을 썼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경쟁'과 '선택'이 실종되는 현상으로, 특히 1당 독식 구조가 심각한 대구경북(TK)과 광주·전남(호남)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선 총 6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이 나왔는데, TK와 호남이 각각 3곳에서 무투표로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며 이같은 현상을 뒷받침했다.


최근의 우리 정치는 늘상 '강대강' 대치를 지속한다. 22대 국회들어 원 구성 협상만으로 40일 이상을 허비하며 역대급 '지각 개원'을 기록한 것은 물론 '필리버스터'의 일상화로 대표되는 법안 처리 대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양극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1당 독식 구조'를 지목한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TK와 호남 전 지역구(총 53석)를 양당이 100% 독식하는 구조가 완성되며, 이러한 대결 정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앞선 기획에서 TK의 '정치 양극화'를 진단한 영남일보는 비슷한 호남 사례와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균형 성장의 씨앗…경제 격차가 정치 균열로


지역구도의 기원은 1960~1970년대 산업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불균형성장이론'에 입각해 한정된 자원을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축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명분이었지만, 전통적 농업 지역이었던 호남은 자연히 개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경제적 격차는 정치적 소외감으로 번졌고, 정치 엘리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1971년 대선은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선거판을 휩쓴 첫 사례로 꼽힌다. 군부독재 시절 호남 출신에 대한 공직 인사 차별이 체계화되면서 지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억압과 소외의 감정이 폭발한 사건이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다. 영남 출신 중심의 신군부에 의한 유혈 진압은 호남 지역에 치유할 수 없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남의 정치적 정체성은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독재의 희생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직선제 대선은 역설적으로 지역 구도를 정당 체제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1990년 '3당 합당' 이후 이런 구도는 사실상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까지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4~5년마다 돌아오는 전국단위선거는 '지역 대리전'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었다. 지역의 한 정치평론가는 "양대 정당이 국정 운영에 실패하거나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도 각자의 지역 기반을 안전판으로 삼아 위기를 넘기는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결국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투표 독려 이미지. 영남일보DB.

투표 독려 이미지. 영남일보DB.

◆부작용 낳는 호남과 TK의 1당 독식


무투표 당선 뿐만 아니라 '투표율'에서도 호남과 TK는 유사성을 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 37.7%는 전국 최저였고, 대구도 43.2%로 바닥권이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지역 일당독점과 결과예측 가능성이 낮은 투표 참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다수 제기됐다.​


광주와 대구는 각각 특정 정당의 압도적 우세가 공고해 지지층은 "이겨서 안 가도 된다", 열세층은 "져서 가도 소용없다"는 심리가 강화되는 경향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견고한 지역 독점 구조는 국가 전체의 정치 지형을 왜곡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사실상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중요하기에, 국회의원들은 중도층 민심보다 당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있는 조배숙 의원은 "한 정당이 독점을 하게 되면 견제세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늘어난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거나 다른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못하니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안태욱 위원장은 "영호남의 독식구조가 엄연히 다르다. 시의원 23명 중에 22명이 민주당이고 구의원 69명 중 47명이 민주당이다. 나머지는 진보당과 정의당, 무소속이 나눠 갖는다"며 "대구시 같은 경우 민주당이 일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범여권이라 불리는 정당들의 독주체제가 호남에서 더욱 심하다는 지적이다.


안 위원장은 이어 "한 정당이 40년 넘게 독식한 것이 광주시 전체 발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지방채 규모도 상당하고 인구도 140만명 선이 붕괴됐다"면서 "진영과 선전만 남발되는 것 보단 실용과 합리가 더 중요시 돼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은 "특정 정당에 쏠리면 견제가 사라지고 그 속에서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퇴행 될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사라지다 보니 지역 주민들도 정치에 관심을 끄게 되고 자연스레 투표율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특정 정당이 오랫동안 어느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다만 정치 문화에선 큰 문제를 만든다.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호남이 생각하는 정치양극화 해법은?


민주당 의원들은 청년과 신인 정치인 배려를 먼저 제시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인 양부남 의원은 "지역 정치가 자기혁신이 없이 특정 정당에 독점되면 정치 경쟁은 약화되고 새로운 인물이나 정책이 등장하기 어렵다"며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과 시민을 의식한 정치보다는 특정 세력의 줄세우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결국 혁신에 대한 의지는 약화되고 정치 다양성은 사라지며 지역 의제는 단조로워지고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현상 유지 또는 특정세력을 위한 정치가 되기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제도적 개선과 정치에 진입하기 어려운 청년과 여성 등 신인 정치인들을 배려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혁신당 서왕진 의원은 선거제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호남지역에서도 다수의 시민들은 변화에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제도와 관련해서 약간의 제도적인 변화가 생기면 변화의 흐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은 "전남도는 지방 소멸을 겪고 있어 젊은 사람들이 진짜 없다. 현재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막는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며 "특정당 독식이 이뤄지는 구조에 지역 발전에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긴하다. 그래도 전남도엔 무소속 시장도 당선됐고 담양군수는 조국혁신당이 차지했다. 대선이나 총선은 모르겠지만 지방선거에 대해선 도민들이 열려있는 자세로 투표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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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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