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진영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제작 콘체르탄테 오페라 '미인' 포스터.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보물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음악과 연극적 서사를 만나 살아 숨쉬는 한 폭의 창작오페라 '미인'으로 다시 피어난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제작 콘체르탄테 오페라 '미인'은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와 '혜원전신첩'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무대장치와 의상 없이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음악에 집중하는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된다. 공연은 28일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다.
이 작품은 과부가 된 양반가 며느리에서 도망친 후 기생으로 변모하며 자기 삶을 찾아가는 강인한 조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억울한 죽음을 강요받는 마당과부 '신씨', 왕의 서자이자 자유분방한 한량 '은양군', 언제나 그 잘에서 신씨를 연모하는 '별감'을 중심으로 한 삶의 애환과 사랑이 펼쳐진다. 이번 작품의 작곡을 맡은 진영민 작곡가에게 작품의 탄생과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신윤복 그림의 독특한 '색감'과 '끊임없이 흘러가는 선의 흐름'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 오페라의 문법을 탈피한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콘체르탄테 형식이다. 관람객들은 어떤 무대를 보게 되는가.
"무대 위에 오케스트라가 올라가고, 무대 장치는 없다. 하지만 무대 뒤에 신윤복의 미인도 등 그림들을 비춰 그림의 미학을 시각적으로도 함께 전달해 색다른 느낌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한국 회화의 소재와 오페라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지역 창작 예술의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오페라 '미인'의 소재가 신윤복의 '미인도'라는 점이 흥미롭다. 어떻게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됐나.
"이 작품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작오페라 개발 사업'의 두번째 작품으로 소재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인도'와 '혜원전신첩'의 그림에 상상력을 입힌다는 발상은, 사랑이나 갈등 같은 정형화된 오페라의 주제에서 벗어나 대본가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누구나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며 이 여인이 누구일까 상상하게 되는데, 이 보편적인 상상력을 오페라라는 언어로 끄집어냈다는 점이 큰 매력이자 오페라 역사상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 한다. 이 부분이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특징을 음악에 어떻게 담아냈는지 궁금하다.
"저는 신윤복의 그림에서 서양 미술의 입체적인 표현과는 다른, '평면적이면서도 선을 따라 계속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레이션에 힘을 줬다. 실제로 '미인'은 각 막의 장이 시작되면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흘러가는 파격적인 구성을 취한다. 성악가와 연주자들은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그림의 '선(線)의 흐름'이 표현된다고 봤고 관객들에게도 강렬하고 역동적인 음악적 흐름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신윤복 그림의 독특한 색감을 표현하고자 다른 색깔의 화성을 섞는 방식을 사용했다. 다른 색깔의 화성을 섞어 색다른 색채감을 나타내려고 '신조성'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작품의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되는가.
"오페라 '미인'은 조선시대 한 여인의 '두 번의 삶'을 그린다. 양반가의 며느리가 되었으나 신랑의 급사로 인해 시집으로부터 열녀를 강요받는다. 도피 후 기생이 돼 '설우'라는 이름을 얻고 격변의 삶을 살며 임금의 서자인 '은양군', 신씨를 연모하는 '별감'과의 서사가 어우러진다. 결국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양반 며느리 신분을 버리고 기생이 돼 다른 삶을 개척해나가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관람포인트가 있다면.
"무엇보다 음악의 끊임없는 흐름 자체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서사적으로는 주인공 설우의 아리아 두 곡에 주목했으면 한다. 한 곡은 소복을 입고 평생 억압에 갇혀 지내야 하는 자신의 한탄을 노래한 곡이고, 다른 한 곡은 기생이 된 후 강한 여성으로서의 의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또 설우를 흠모하는 별감과 함께 부르는 이중창은 가장 고심해 작곡한 곡으로 두 사람의 멜로디와 마음이 색깔적으로 표현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에필로그와 공연 대미에 합창이 펼쳐져 역동성을 더하는데, 이 또한 관람포인트가 될 것이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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