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죽은 사람은 못 살려, 미래로는 못 가, 그 외에는 그대의 소원으로 다 이루어질지니"
최근 OTT(Over-The-Top) 중 한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 '다 이루어질지니'에 나오는 주요 대사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드라마 '도깨비'의 작가로 잘 알려진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도깨비가 한국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였다면, 다 이루어질지니는 중동아시아를 겨냥한 판타지 영상 콘텐츠이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지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램프의 요정 '지니'와 거의 흡사한 인물을 지칭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니는 이 램프의 요정을 일컬으나, 가끔씩 작품 곳곳에 인공지능 기기인 '지니'도 출연시킴으로써 같은 이름을 지닌 두 지니가 등장하도록 설정하였다.
등장하는 지니들은 얼핏 보면 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지니',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지니'. 두 대상이 이루어주는 소원의 질은 비교할 수 없지만 주인의 요구조건을 편리하게 들어준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주변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인공지능이 지니뿐만 아니라 많은 플랫폼으로,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는 AI가 단순한 산업이 아닌 일상생활에 스며든 '문화'의 일종이라 여겨진다.
물어보기만 하면 검색해주는 것을 넘어 원하는 형태로 편집까지 해주는, 더욱이 스마트폰과 더해져 이제는 마법의 램프가 아닌 마법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대지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주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있는 지니는 얼마나 더 세밀하게, 정확하게 말해주는지에 따라 정말 램프의 요정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요즘은 사람들에게 정보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닌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대에 이르렀다. 질문의 정확도에 따라 인공지능이 말해주는 답변은 그야말로 대답과 요술 사이를 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위험할 수도 있는 지니, 이 양날의 검과도 같은 인공지능은 결국 주인이 어떤 소원을 비느냐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그리고 비극이 될 수도 있다. 편리한 삶을 주는 만큼 범죄에도 편리하게 쓰일 수 있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원을 다 빌고 나면 홀연히 떠나버리는 지니처럼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할 경우 나를 지켜줄 지니는 어디에도 없어지게 된다.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나를 향한 검이 스스로를 찌르지 않도록 늘 경계하며 인공지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다 이루어질지니. 이제는 동화나 드라마가 아닌 진짜 지니와 함께하고 있는 오늘, 지니에게 차가워진 날씨에 대해 시 한 소절 읊어 달라 하며 따뜻한 차 한잔 마시는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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