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왈왈! 왈왈!”…멍멍이와 행복 나누는 ‘강아지유치원’ 교사들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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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7 16:57  |  수정 2025-10-30 15:44  |  발행일 2025-10-30
<3> 대구 반려견 유치원 일일교사
본지 구경모기자가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 반려견 유치원 몽아시스에서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본지 구경모기자가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 반려견 유치원 몽아시스에서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 23일 오전 9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반려견 유치원 앞. 하얀 승합차가 멈춰 서자, 원복을 입고 작은 가방을 멘 강아지들이 차례로 내렸다. 이날 '영남이(취재진)'는 하루 동안 강아지유치원 일일교사로 나서 일상을 함께 했다.


◆가방 메고 등원하는 강아지들


등원 차에서 내린 강아지들은 유치원에 입장하기 전 교사들로부터 컨디션을 체크받았다. 이후 서로 친구를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반가움을 표현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앞발을 들고 장난을 거는 강아지를 비롯해 낯선 친구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는 강아지도 있었다.


강아지들은 아침 인사 후 곧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등원한 강아지만 모두 10여마리. 성향과 에너지 수준에 따라 반별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다. 다소 활발한 아이들은 '토끼반', 차분한 아이들은 '거북이반'에 속했다.


첫 수업은 자유 탐색 시간. 교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주해지는 때다. 강아지들은 옥상 잔디 운동장에서 서로를 쫓고 뛰놀았다. 공을 물고 달리는 강아지, 풀잎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강아지, 친구의 귀를 살짝 물며 장난을 치는 모습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교감했다.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뛰면 교사들도 같이 뛰었다. 강아지가 쪼그려 앉으면, 교사들도 자세를 낮췄다.


점심시간이 되자 교사들은 더 바빠졌다. 급식량과 식사 속도를 기록하고, 잔반 여부도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다. 강아지들 '식성'이 건강 지표로 여겨진 탓에, 매일 식사 습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단다.


그렇게 오전 일정이 마무리됐다. 겨우 반나절이 지났지만 최근 반려견 관련 돌봄과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떤 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반려견 돌봄은 과거엔 외출이나 출장 시 잠시 맡기는 '위탁시설'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젠 사회성 향상·분리불안 해소·정서 안정 등 교육 목적형 돌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려견을 별도 맡길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반려견 유치원이 사회화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생활형 인프라로 자리잡은 듯 보였다.


본지 구경모(오른쪽) 기자가 몽아시스 표현준 부원장(왼쪽)과 함께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반려견 유치원에서 반려견 훈련 체험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본지 구경모(오른쪽) 기자가 몽아시스 표현준 부원장(왼쪽)과 함께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반려견 유치원에서 반려견 훈련 체험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오후 본 수업에선 '사회성 함양'


오후부턴 반별로 사회성 훈련이 진행됐다. 허들넘기, 순서 지키기, 집중해서 간식 찾기 등 협동관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훈련이 끝나자 각기 다른 질감의 매트를 밟거나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자극에 익숙해지는 '감각 훈련'이 곧바로 이어졌다. 강아지별로 '훈련 피드백'도 병행했다. 비누방울을 이용한 사진 촬영과 신체검사(가로·세로·치아·체중)를 끝으로 오후 6시쯤 하루 일과가 끝났다.


하원 시간이 되자 교사들은 하루 동안의 행동과 식습관, 놀이 반응 등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기록지는 보호자 알림장. 교사들은 알림장을 통해 '오늘은 낯선 소리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새 친구와 눈을 맞추며 인사했습니다' 등 강아지의 상태가 세밀하게 담겼다.


강아지유치원에서 일일 교사로 체험해 보니 반려견에 대한 교육 철학이 변화했음을 실감했다. '훈육'이 중심이 아닌, '신뢰'를 토대로 한 교육법인 '피어프리(Fear-Free·반려동물의 공포·불안·스트레스를 예방·완화해 편안하고 긍정적인 병원 경험을 만드는 수의학적 접근)를 통해 강아지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심어주고 있었다.


11년간 동물보건사, 반려견 행동 교정 전문가로 활동한 이 유치원 서지영 원장은 "반려견 유치원이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서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존중을 바탕으로 반려견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반려견 행동을 교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보호자와의 신뢰와 유대 속에서 사회에 잘 섞여 생활할 수 있게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율(농림축산부 추산)은 전체의 28.6%다. 이 중 반려견은 약 499만마리에 달한다.


유치원에 등원한 강아지가 엘리베이터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몽아시스 제공

유치원에 등원한 강아지가 '엘리베이터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몽아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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