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APEC정상회의 이후와 XR버스

  •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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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9 06:00  |  발행일 2025-10-28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개막이 다가온 지난 22일, 경주 황룡사역사문화관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경상북도가 'Golden Silla-XR(확장현실) 모빌리티버스' 오픈식 및 시승식을 개최한 것. 새달 1일까지 열리는 정상회의에 맞춰 구축한 XR버스 운행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XR버스는 첨단 XR기술과 신라의 역사·문화를 융합한 이동형 관광콘텐츠다. 탑승객은 이 버스를 타고 신라시대로 가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경주의 주요 유적지인 황룡사, 경주월성, 첨성대, 월정교 등으로 이동하면서 찬란했던 신라 왕경과 당대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첨성대가 빛의 기둥이 되고 별똥별이 쏟아지는 걸 보고 천문학자들이 별을 관측하던 수준 높은 당시의 과학도 목도한다. 이어 지금은 텅 빈 황룡사 터에 도착하면 눈 앞에 가상의 9층 목탑이 솟아오르며 재현된 황룡사를 만난다.


이 콘텐츠는 APEC정상회의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력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기부금을 포함해 총제작비는 20억원이 들었다.


반가운 소식은 일반 관광객에게도 공개된다는 것.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주요국 참가자들이 탑승하지만 새달 5일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한다. 행사를 위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인터뷰에서 "APEC을 계기로 경주가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국내에는 경주의 XR버스와 비슷한 이동형 관광콘텐츠로 수원시의 XR버스 1795행이 있다. 이 버스는 창문에 투명 디스플레이 T-OLED(Transparent OLED)를 설치, 'MEMORY OF 1795: 기록에서 기억으로'라는 주제의 영상을 보여준다. 1795년 조선의 22대 군주인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한 군주의 길을 걷고자 시작한 '을묘원행'여정을 XR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이처럼 신기술융합콘텐츠가 가상·증강·확장현실(VR·AR·XR), 인공지능(AI), 디지털휴먼, 홀로그램,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의 첨단 기술 형태로 문화·예술·콘텐츠 산업과 융합돼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첨단 문화기술 기반의 콘텐츠 연구개발(R&D) 및 산업 투자 기능을 총괄하기 위해 신설한 '문화기술투자과' 운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등 신기술 기반 콘텐츠 지원과 문화산업 금융 활성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기술개발과 더불어 좀 더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개발한 XR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과 AI를 활용하여 이용자별 수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상호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용자가 다시 찾아와서 지속적 흥행과 인기를 누릴 수 있다. 또 신라 문화라는 특화된 역사소재를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연출 방식을 차별화하고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아울러 음악, 영상 등을 보강해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이용객, 관광객의 의견을 콘텐츠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화와 신기술의 결합,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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