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오페라단의 ‘카르멘’은...11월2일 아양아트센터서 마지막 무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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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9 15:51  |  발행일 2025-10-29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에게 듣는 카르멘
비제서거 150주년·영남오페라단의 카르멘 30년 만의 귀환
마지막에 ‘어린 소녀 카르멘’ 등장으로 철학적 메시지 던져
루소 감독의 탁월한 연출에 문체부 지원 ‘역대급 완성도’

지난 두 차례 공연 전석 매진...지역 오페라계 역량 입증
“대구시민이 오페라시민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역할하길”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이탈리아 명장 카탈도 루소의 철학적 연출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에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불멸의 명작 오페라 '카르멘'은 마지막에 집시 여인 카르멘이 그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돈 호세의 칼에 쓰러지는 비극적 결말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핵심 레퍼토리로 선정된 영남오페라단의 '카르멘'은 달랐다. 그녀의 죽음 뒤에 '어린 소녀 카르멘'이 등장하며 '불멸의 정열'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올해 창단 41주년을 맞은 '영남오페라단'이 올린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루카 시립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인 '카탈도 루소'의 철학적인 연출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이라는 정책적 뒷받침이 더해져 역대급 완성도를 구현했다. 이미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의 두 차례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지역 예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으며, 이제 오는 11월2일 오후 4시 아양아트센터에서의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공연의 성공 비결과 의미, 뒷이야기를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이수경 영남오페라단장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이탈리아 명장 카탈도 루소의 철학적 연출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에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비제의 '카르멘'을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신청작으로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남오페라단은 늘 작년보다 더 나은, 의미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고 애쓴다. 올해가 마침 비제 서거 1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였으며 저희가 이 작품을 딱 3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의미까지 더해져 더 특별했다."


 ▶카르멘은 워낙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작이라, 오히려 영남오페라단만의 차별화된 해석과 색깔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고심이 컸을 듯하다.


"카탈도 루소 연출의 '철학적인 카르멘' 해석이 매우 인상적인 카르멘을 완성했다. 루소 감독은 카르멘을 단순한 '팜므파탈'로 규정하지 않고, '죽음을 거부하는 정열, 그 자체로서의 예술'로 재해석했다. 무대는 19세기 스페인 내전의 폐허를 배경으로, 건물의 폐허를 넘어 사람들의 지치고 마음이 붕괴된 상태를 은유한다.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카르멘이 죽은 뒤 어린 소녀 카르멘이 무대에 등장하는 엔딩이다. 루소 감독은 원작자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 구절을 인용해, 카르멘의 불멸의 정열이 다음 생, 혹은 후세에 이어지리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관객들이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해 주길 바란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억5천만원 규모의 지원을 받는 지역대표예술단체로 선정되면서 작품 제작에 큰 동력을 얻었을 것 같다.


"사실 많은 분들이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원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민간 오페라단에게 예산 문제는 늘 무거운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으로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어서 단장으로서 무척 행복했다. 덕분에 라 스칼라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주역인 알레산드라 볼페를 비롯한 명품 성악가를 캐스팅하고 루소 감독 같은 이탈리아 명장을 초빙할 수 있었다. 이는 지역 예술 단체의 역량에 중앙 정부의 정책적 지지가 더해져 시너지를 낸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무대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특별히 놓치지 않고 봤으면 하는 장면을 추천한다면.


"카르멘 연습 과정에서 '하바네라' 같은 대표 아리아뿐 아니라 전주곡과 간주곡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전곡이 빼어난 명곡의 향연임을 새삼 깨닫고 감탄했다. 사실 카르멘은 어느 하나 놓칠 장면이 없다.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3막의 오중창 장면을 추천한다. 카르멘과 집시 친구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완벽하게 합(合)을 이루는 앙상블은 강렬한 음악적 전율을 안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두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제 아양아트센터의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소회가 어떤가.


"영남오페라단 창단 이래 공연 시작 3~4일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는 처음이다. 감격스럽고 큰 보람을 느낀다. 객석을 가득 채운 원동력은 국내 성악가들의 눈부신 성장과 연출의 탁월한 조화에서 비롯됐다. 성악을 한 사람으로서 연습 과정에서 우리 성악가들이 너무 잘해줘서 내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카르멘' 공연이 대구 시민들이 오페라에 보다 애정을 갖는 '오페라 시민'으로 나아가고 오페라를 더 가까이에서 향유하는 데 작으나마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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