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다. 대구의 성장동력을 재점검하고,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시를 지방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리더십을 선택하는 시간이다. 중요한 대사를 앞둔 지금,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대구의 도시브랜드가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에서 '파워풀 대구(Powerful Daegu)'로 바뀌었다. '컬러풀'은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온 대구의 브랜드다. 화려한 색감과 감성을 앞세워 '섬유와 패션의 도시', '음악과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더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내세우겠다는 의미라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말 바꿔야 했는가"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컬러풀'은 단지 오래된 구호가 아니라, 대구의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담아온 그릇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정체성의 확장'이 아니라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도시브랜드는 문구가 아니라 시민·산업·역사·문화가 함께 축적한 상징적 자산이다. 대구는 여전히 '컬러풀'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다. 섬유산업의 재도약, K-패션과의 연결, 젊은 디자이너 생태계 조성 등 다채로운 기반이 다시 빛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파워풀'이라는 추상적 구호는 오히려 기존의 색을 덮을 위험이 크다.
'컬러풀'은 색채나 섬유에만 갇히지 않는다. 산업적으로는 섬유·패션이 쌓아온 기술과 감각을, 문화적으로는 음악·미술·연극·음식·역사·자연이 어우러진 삶의 결을 상징한다. 김광석 거리의 노래, 근대골목의 시간, 서문시장의 숨, 팔공산의 풍광들. 이 모두가 대구의 '다채로움'이다.
브랜드는 간판이 아니라 서사다. 오랜 시간 시민이 쌓아 올린 이야기의 축적이 곧 브랜드의 힘이다. 미완의 '컬러풀'을 덮듯 새 구호를 씌운다고 도시가 곧바로 강해지지 않는다. 구호의 세기가 도시의 실력을 대리할 수는 없다.
축제와 일상이 이를 증명한다. 거리마다 시민 참여로 탄생하는 컬러풀한 장면들, 지역 예술과 청년 기획이 만나는 무대들, 골목경제를 살리는 협력의 실험들이 대구가 왜 '컬러풀'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채로움은 공감과 참여를 낳고, 참여는 지속 가능한 힘을 만든다.
산업의 현장도 같다. K-패션과 디지털 제조, 디자인과 문화가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자라고 있다. 전통 위에 혁신을 얹을 때 색은 더 깊어지고 스토리는 더 길어진다. 이 축적이 경쟁력이며, 그 경쟁력이 바로 '파워'의 실체다.
따라서 '파워풀 대구'는 선언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힘은 외치는 순간 생기지 않는다. 도시 고유의 색을 한 톤씩 올리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질서를 세우며,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할 때 힘은 자연스럽게 응집된다. 그때의 파워는 요란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지방선거의 선택 기준도 여기에 있다. 색을 지우고 힘을 덧칠하는 리더가 아니라, 색을 더해 힘을 키우는 리더가 필요하다. 단절이 아닌 진화, 표어가 아닌 내용, 일회성이 아닌 축적을 설계하는 지도자에게 도시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대구의 진짜 힘은 구호에 있지 않다. 시민의 삶과 문화의 다양성, 산업의 창의성 속에 있다. '컬러풀'을 완성해 갈 때, 대구는 굳이 외치지 않아도 이미 '파워풀'하다. 선거를 앞둔 우리의 질문은 간명하다. 이 도시의 색을 끝까지 그려낼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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