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대구 이마트 월배점 계산대 앞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한민국 쓱데이' 할인행사 이틀째를 맞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손님들이 긴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물가 속 '체감 할인'을 찾는 시민들로 매장 곳곳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강승규기자
대구 이마트 월배점 입구에 걸린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 안내판. 삼겹살·한우·달걀 등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행사 첫날부터 시민들이 몰리며 매장이 북적였다. 강승규 기자
"오늘은 진짜 장난 아니네요. 삼겹살 반값이라는데 안 올 수가 있나요."
1일 오전 9시 반, 대구 이마트 월배점 정문 앞. 문이 열리기도 전인데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손에는 장바구니, 눈은 자동문 안쪽을 향해 고정돼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카트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 사람들의 신발이 부딪히는 소리가 한데 섞였다. 몇 분도 안 돼 매장은 고객들로 꽉 찼다.
육류 코너로 향하니 이미 전쟁터였다. 직원이 "100g에 1천490원, 국내산 삼겹살"을 외치자 고객들은 팔을 동시에 뻗었다. 일부 진열대는 상품이 비는 속도가 진열하는 속도보다 빨랐다.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여기요!" "이쪽요!" 외침이 터졌다. 한 중년 부부는 둘로 나뉘어 움직였다. "여보, 당신은 고기 줄! 나는 달걀 줄!" 웃음 섞인 목소리였지만 표정엔 절박함이 묻어났다.
매장 밖은 그야말로 주차 전쟁이었다. 카트를 밀고 나온 시민들이 차로 향했지만, 도로는 이미 주차장처럼 멈춰 있었다. 신호가 세 번 바뀌어도 한두 대 겨우 빠져나갔다. 근처 편의점 주인은 "이마트 행사할 땐 차가 거의 서 있어요. 오전 내내 도로가 꽉 막혀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대한민국 쓱데이'는 대형 유통업계가 연합해 여는 초대형 할인행사다.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서는 삼겹살·한우·달걀·과일 등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한다.
시민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건 단순한 '세일'이 아니었다. '살기 위한 소비', 그것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40대 주부 김모씨(달성군 화원읍)는 장바구니를 들며 "요즘 고기 한 근 사려면 2만원은 기본이에요. 오늘은 아이들 고기 좀 먹이려구요"라고 했다. 또 다른 한 시민(달서구 진천동)은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하니까 이런 날 아니면 장 못 봐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계산대 앞에서는 '한 사람당 1인분 한정' 안내문을 두고 실랑이도 벌어지기도 했다.
가격표 앞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할인율보다 '생활비 절감'이란 생존의 숫자를 계산하고 있었다. 진열대 위 삼겹살 한 팩은 단순한 고기가 아니었다. 한 주의 밥상, 한 달의 가계부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이럴 때라도 사놔야 마음이 좀 놓이죠. 오늘 같은 날은 명절이에요." 달걀 한 판을 고르던 60대 주부가 웃으며 말했다.
이날 매장 안엔 묘한 공기가 흘렀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피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꽉 채운 손끝엔 긴장감이, 계산대 앞엔 체념과 안도가 교차했다. 누구도 들뜨지 않았지만, 모두가 간절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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