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이런 국정감사를 매년 계속해야 하는가

  •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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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3 06:00  |  발행일 2025-11-02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재명 정부 들어서 첫 국정감사(國政監査)가 지난주 3주간의 여정을 사실상 마쳤다.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조희대­·추미애 대전(對戰)으로 시작해서 만사현통, 최민희로 이어지는 여야 간에 무책임한 정쟁과 정치적 공방만 남긴 채 끝났다. 심도 있는 정책 질의는 실종되고 욕설, 막말, 고성만 오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치권 및 행정부 일각에서는 요즘에는 국회 운영이 상시로 매달 열리는 상황에서 국감을 현재와 같이 특정 시기를 정해놓고 이렇게 소모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회의론이 강하게 일면서 국감 무용론마저도 재점화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는 그간의 관례와 질서를 무시하고 조롱과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추미애의 법사위와 최민희의 과방위가 파행 국감의 한 축을 이루었다. 국감의 최대 격전지였던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대법원을 상대로 진행한 국감 첫날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기를 자청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하러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 요청을 그간의 국회 관례를 깨고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삼권분립의 헌정 기본질서를 무너트리는 한편, 친여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과 합성한 피켓을 들어 보이며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조롱하기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삼권분립 체제 하에서 국감장이라는 빌미로 사법부의 수장을 상대로 입법부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 중 딸의 결혼식을 국회 경내에서 치르면서 이를 둘러싼 비상적인 논란과 공방은 국감 무용론을 넘어 국회의원의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이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축의금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사퇴 공세를 이어갔고, 이에 대응해 최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허용하지 않는 등 볼썽사나운 상황이 이어졌다. 국민이 보기에도 낯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국감은 '김현지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놓고 여러 상임위에서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만사현통' 공세를 벌였으나 결국 김현지 부속실장에 대한 증인 채택에는 실패했다.


여야 간 첨예한 공방으로 얼룩진 올해 국감 역시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汚名)을 벗을 수는 없을 듯하다. 여야가 서로 네 탓만 주장하면서 터무니없는 정쟁과 발목잡기로 파행 국감만을 일삼는다면 이런 국정감사를 과연 매년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때는 무분별한 기업 흔들기로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냐는 비아냥을 듣던 국감이 이제는 특정 상임위원장들이 상임위를 자기의 전유물인양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양질의 정책 질의 대신 강성 지지자들만을 겨냥한 자극적이고 현혹적인 유튜브 쇼츠용 발언에만 몰입하고 있는 듯해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국정감사는 본래 야당이 집권 여당을 견제하면서 입법부가 행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적인 생산성을 견인하기 위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이렇듯 소모적인 정쟁(政爭)과 대립(對立)만을 반복한다면 그 존재 이유와 가치는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정치,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국정감사를 치르겠다는 자성(自省)과 제도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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