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빠져드는 청소년]<상> 손 안에 도박장…대구 18세 이하 도박범 2년새 5배로

  • 조윤화
  • |
  • 입력 2025-11-03 17:07  |  수정 2025-11-04 17:53  |  발행일 2025-11-04

대구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도박 실태

도박에 물든 대구 청소년 2022년 7명→2024년 37명

불법 도박 발생 끊이지 않아 사회적 심각성 커

사이버 도박 손 댄 청소년 속속 적발 '비행' 막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대구경찰청 제공

도박 범죄 유형별 검거 건수(2020년~2024년)

출처: 대구경찰청 제공

출처: 대구경찰청 제공

도박 범죄 연령별 검거 인원(2020년~2024년)

출처: 대구경찰청 제공

'사이버 도박'이란 어둠의 그림자가 대구 청소년 '삶'속에 깊숙이 번지고 있다. 판단력과 절제력이 성인보다 취약한 청소년들이 '한탕주의'란 수렁에 빠져 '도박 중독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특히, 막연한 호기심에 시작한 불법 도박이 개인적 일탈을 넘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커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영남일보가 현 시점에서 대구 청소년 사이버 도박 범죄의 실태를 짚어보고, 그 '해법'을 모색해본다.


◆대구 도박 청소년 검거 2년 새 5배↑


B(15)군은 지난 1월27~28일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도금 113만원 상당을 걸고, 이른바 '바카라' 게임을 한 혐의로 최근 대구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B군이 미성년자에 초범인 점을 감안, 지난 9월 검찰 송치 대신 선도심사위원회(경미 소년범 대상 훈방·즉심·입건 판단)에 회부했다.


대구지역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범죄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접근성'이 용이하고 '즉각적 보상'까지 이뤄지는 사이버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업대신 한탕주의에 깊게 물들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영남일보가 대구경찰청에 확인 결과,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지역 내 도박 범죄(도박·상습도박·도박개장·기타) 관련 검거 건수는 총 1천231건이다. 특히 2022년 132건, 2023년 183건, 2024년 330건으로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사이버 도박 등을 포함한 '도박' 혐의로 적발된 건수만 853건으로, 전체 유형의 절반 이상을 차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2023년 115건에서 지난해 21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5년간 도박 범죄 관련 총 검거 인원은 모두 2천917명. 2021년~2023년 매년 400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엔 800명을 넘겼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도박범죄로 형사 입건된 지역 내 18세 이하 청소년은 2022년 7명에서 2024년엔 37명으로 2년새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통계상 수치도 현장에서 바라본 실상과는 전혀 달랐다. 청소년 도박 범죄의 경우 14세 미만이나, 형사 입건 대신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되면 통계치에 아예 잡히지 않는다. 이에 서류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실제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경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구경찰 관계자는 "통상 도박 금액이 500만원 이상이거나 재범일 경우에만 입건되는데, 청소년의 경우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형사 입건을 다소 지양하는 편"이라며 "초범이거나 금액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엔 선도심사위원회 절차를 거쳐 즉심·훈방 등으로 종결되고, 이들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방 위해선 훈방보단 엄벌 분위기 조성 필요"


도박에 빠진 대구 청소년이 늘면서 '중독 치료'를 위해 상담기관을 찾는 청소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를 찾은 지역 내 18세 이하 청소년은 2023년 67명에서 2024년 123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센터를 찾은 전체 내담자 중 18세 미만 청소년의 비중도 함께 늘었다. 지난해 센터를 찾은 청소년 비중은 16.7%로, 전년(8.3%)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센터 관계자는 "미성년자 내담자 대부분은 '제발'로 찾아오기보단 수사기관 연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혼자 힘으로 중독을 끊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담받는 청소년 대다수가 스포츠 토토와 바카라 등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빠져 있다. 이 청소년들의 비행 요인을 분석해 재비행 위험성을 차단에 차단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청소년은 온라인 도박을 단순한 놀이로 인식해 죄의식이 약하고, 중독에 더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며 "도박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훈방조치보다는 사회적으로 엄벌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온라인도박 사이트에 청소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 이미지

조윤화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