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 제조업…10곳중 8곳 주력산업 ‘레드오션’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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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0 17:18  |  발행일 2025-11-10
대구상의,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 조사결과
응답기업 57% ‘성숙기’, ‘쇠퇴기’도 26%
3곳 중 2곳 ‘신사업 추진 계획 無’
“AI 대전환 등 대구형 산업 대전환 필요”
대구지역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자사의 주력제품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대구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몰려있는 성서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DB>

대구지역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자사의 주력제품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대구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몰려있는 성서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DB>

대구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 제조기업의 주력 제품 80%가량이 '레드오션' 상황에 놓여 있고, 이를 대체할 신사업 추진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융합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대구형 산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구상공회의소가 10일 발표한 '산업 경쟁력 인식 및 신사업 추진 현황' 결과에 따르면, 지역 제조기업 10곳중 8곳은 현재 주력 제품의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조사대상 302개사(社)중 57.0%는 자사 핵심 제품이 시장 포화 상태인 '성숙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답했으며, 시장 감소 상황인 '쇠퇴기'라고 답한 기업도 26.3%나 됐다. 반면,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14.0%에 그쳤고, 시장 형성 초기인 '도입기'란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섬유 기업 92.9%, 자동차부품 기업 89.5%, 기계·금속 기업 82.5%가 주력 제품이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응답해 지역 핵심 제품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 제조기업 주력제품 시장 상황 인식 조사 결과. <대구상의 제공>

대구 제조기업 주력제품 시장 상황 인식 조사 결과. <대구상의 제공>

지역 기업들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생산중인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향후 5년내 '약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38.0%를 차지했다. 반면,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28.5%에 그쳤고,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은 33.5%였다.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원자재·인건비 등 생산비용 상승(61.8%) △관련 산업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41.2%) △경쟁 격화로 인한 시장 내 공급 과잉(36.8%) △인력난 및 전문 인재 부족(10.3%) 등을 꼽았다.


이런 가운데 지역 기업의 63.7%는 신사업 추진 계획이 없다고 답해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특히 기계·금속(70.0%), 섬유(67.9%), 자동차부품(60.5%) 등 주력산업에서 이 같은 비율이 더욱 높았다.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장성 및 사업성에 대한 확신 부족(43.0%)이 첫손에 꼽혔다. 신사업 아이템 부재(24.6%), 자금 부족(23.7%), 전문인력 부족(8.7%) 등도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 기업의 60.9%는 비수도권 기업이라는 지역적 제약을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유로는 △우수 인재 확보 어려움(47.7%) △자금 접근성 부족(19.3%) △산업 생태계 및 인프라 미흡(17.4%) △관련 정보 접근성 제한(3.7%) 등이 지적됐다.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전국적인 사안이지만, 그 중에서도 대구 제조업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1999년 대구 제조업 생산액(부가가치 기준) 비중은 전국의 3.0%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2.0%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액은 전국이 1999년 188조7천732억원→2023년 672조5천550억원으로 3.57배 증가한 반면, 대구는 5조5천904억원에서 13조6천182억원으로 2.44배 증가하는 데 그쳐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대구 제조업은 섬유,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대기업의 부품기지 역할에 머무르며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기업 대부분이 완성품 수출보다는 국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구조로, 글로벌 시장 경쟁보다는 내수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머물러 있다. 또한, OEM·ODM 등 위탁생산 비중이 높아 자체 브랜드와 기술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가 드물고, 이를 추진할 인력·자본·네트워크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대구상의 측의 설명이다.


대구상의는 지역 제조업의 부흥을 다시 이루려면 기존 강점 산업의 첨단화와 신산업 융합, 그리고 AI·디지털 전환을 통한 산업 혁신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대구는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섬유 등 전통 제조 기반이 탄탄하지만 이를 미래 산업 수요와 기술 변화로의 연결성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상의 이상길 상근부회장은 "대구 제조업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미래차·로봇·의료기기·첨단소재 등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한다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산업구조를 첨단화하고,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 대전환 정책을 실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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