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교, 도산서원 등 안동의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극영화 '안동'이 개봉했다. <마루아트센터(주) 제공>
월영교, 도산서원 등 안동의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극영화 '안동'이 개봉했다. <마루아트센터(주) 제공>
안동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안동'이 지난달 16일 개봉한 지 한달을 맞았다. 한국영화계 전체가 심각한 불황에 접어들었지만 영화 '안동'은 온라인에서 출향인사를 중심으로 관람 독려가 이어지고, 공동체 상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제작진이 벌써부터 속편 제작 모드에 돌입하기도 했다. 영화계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지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대중에게 작품성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애향심' '지역성'에 호소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쉼과 여백 주는 '힐링영화' 표방
중견감독 김홍익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안동'은 일상이 지치고 피로한 현대인에게 쉼과 여백을 주는 '힐링영화'를 표방하고 만들어졌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는 안동의 주요 관광명소를 영화 속에 녹여내 안동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내용은 도시에서 취준생 생활에 지친 민아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에 이르렀을 즈음 엄마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출발한다. 고택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엄마를 도와 고향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민아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방문객 등 고택을 찾은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접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영화 '안동'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에서 발굴한 시놉시스를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영화의 장면장면마다 낯익은 안동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안동 치암고택을 중심으로 월영교와 예끼마을, 도산서원, 선상수상길 등 안동의 주요 명소들이 등장한다. 안동시는 이 영화에 1억4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후속편 '안동2:오다' 제작 돌입
영화 '안동'은 개봉과 동시에 평범치 않은 행보를 보여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만나고, 영화를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개봉하자마자 후속편 '안동2:오다' 제작을 발표해 놀라움을 안겼다. 일반적으로 전작이 흥행에 성공한 뒤 후속편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전작의 흥행과 관계 없이 후속편 제작을 미리 공표한 것이다. 제작진은 2편에서는 지역 특산품을 포함한 관광자원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안동 시민을 배우로 기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개봉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언론사 리뷰가 한 건도 없다는 것도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영화들이 공식 개봉을 하기 전에 기자와 평론가, 인플루언서, 배급사 등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해 미리 반응을 알아보고 영화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데 '안동'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작품으로 평가받는 절차를 생략해버린 것. 제작사 관계자는 "시사회를 하려고 잡은 날짜에 극장 대관이 여의치 않아서 건너뛴 것"이라는 무색한 입장을 내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안동'을 관람한 관객은 12일 현재 카운트가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수준이다.
◆공동체 상영으로 활로 모색
'안동'은 일반 극장에서 관람객을 만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 상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공동체 상영은 개인이 극장에 가서 보고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급사가 필름을 가지고 공동체를 찾아가 상영하는 방식이다. 지난 4일 인천의 시니어 극장인 미림극장에 이어 12일에는 안동CGV에서 공동체 상영을 진행했다.
안동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안동과 연고가 있는 이들이 홍보에 발벗고 나선 것도 눈길을 모은다. 안동 출신 한 고위급 은퇴 공무원은 페이스북에 "서울의 일상에 지친 한 안동의 딸이 고향 안동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이야기인 만큼, '안동'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안동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냐?"라며 관람을 독려했다.
한편에서는 이처럼 지역성을 내세운 '안동'의 행보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인은 "궁극적으로 영화는 대중에게 울림을 주고, 작품성으로 소통하는 대중예술이다. 로컬에서 만들어진 저예산영화의 특성상 관객 모으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에게 지역성과 애향심에 기대어 영화를 어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질문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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