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보도 후 지역 반발 확산… "누가 감히 안동 일을 들먹이냐"
지난 6월 한 관광객 부부가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를 찾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서울 서대문구의회가 경북 안동에 있는 이재명 대통령 생가 복원을 정부에 요청하는 건의안을 내자마자 거센 역풍을 맞고 결국 하루 만에 철회하기로 했다. 영남일보 보도(11월 13일자 11면 보도) 이후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과잉 충성'이라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덕현 운영위원장은 13일 "의도치 않게 논란이 됐다"며 "대통령실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켜 본회의 의결도 사실상 확정적이던 안건이었다. 하지만 안동 지역의 거센 반발과 중앙정치권의 조롱 섞인 비판이 잇따르자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김 구의원은 건의안을 발의하며 "안동 출신으로서 고향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더 큰 반감을 샀다. 생가터가 있는 안동이 아니라 서울 구의회가 먼저 나선다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 질서를 흔드는 월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동 시민사회와 공무원들은 한목소리로 분개했다. 안동시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는 각 지역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서울 구의원이 감 나와라, 대추 나와라 하듯 지역 사업에 간섭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안동의 문화유산은 안동 시민의 몫인데 외지 정치인들이 충성 경쟁에 이용하려 한다니 모욕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안동 지역 정가 관계자는 "구의회가 대통령 고향을 들먹이며 정치적 메시지나 던지려 했던 것"이라며 "타지역의 문화·역사 사업에 개입하는 것은 자치분권에 대한 무지와 월권이자 안동에 대한 결례"라고 비판했다.
건의안 철회는 서대문구의회 내부에서도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개혁신당 주이삭 구의원은 지난 11일 상임위에서 "안동시의회에서 하면 될 일을 왜 서대문구에서 하느냐"며 "지방선거를 앞둔 과한 충성 경쟁으로 보인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후 전국적인 비난 여론이 증폭되자 민주당 측도 더는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의 한 구의회가 '안동 발전'을 내세웠지만, 정치적 과열과 오만한 간섭이 부른 자충수로 끝났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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