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2·28기념중앙공원 중앙무대에서 열린 '2025 대구인디싸운드페스티벌'에서 대구 인디밴드 '비제로'가 무대를 하고 있다. <인디053 제공>
올해로 한국 인디음악이 30주년을 맞았다. 지역 인디신(scene)에 따르면, 대구는 대명동 '클럽 헤비(Club Heavy)'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 1996년을 기점으로, 내년에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를 앞두고 지난 7~8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대구인디싸운드페스티벌'이 3년 만에 열렸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대구 인디밴드 3개 팀과 음악적 세계관과 지역 인디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밴드 '그린(GR2N!)' <인디053 제공>
지난 8일 2·28기념중앙공원 중앙무대에서 만난 밴드 '그린(GR2N!)'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무해한 초록 빛깔…밴드 '그린(GR2N!)'
계명대 실용음악과 출신 모여 결성
울산·구미 출신…작년부터 새 팀명
음악방송 출연·축제 등 활발한 활동
"우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린(Green)'이에요. 자연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활동을 하며 떠오르는 키워드가 바로 '무해함'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스스로 '길바닥 출신'이라며 소개한 밴드 '그린(GR2N!)'은 자신들의 음악을 이렇게 설명했다. 리더이자 보컬 김다미를 중심으로 계명대 실용음악과 출신들이 만든 팀으로, 초기 활동명인 '밴드 다미'를 거쳐 2024년부터 현재 팀명으로 활동 중이다.
2023 경산 AGAIN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차지한 이들은 각종 축제를 비롯해 지난 10월 SBS 음악방송 '더쇼(The Show)'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그린스테이지 2023' 프로젝트를 거치며, 기후 위기와 자연 감수성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울산·구미 출신이지만, 음악을 시작하게 만든 곳은 대구였어요. 청년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나 공연장 같은 하드웨어는 탄탄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인디 뮤지션들 간의 네트워킹 등의 소프트웨어적 환경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야외 무대와 전국의 다양한 축제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밴드 '하즈(HASE)' <인디053 제공>
지난 8일 2·28기념중앙공원 중앙무대에서 만난 밴드 '하즈(HASE)'의 드러머 하경호(호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동화 세계관·강렬한 에너지…밴드 '하즈(HASE)'
직장 생활 병행하며 밴드 활동 이어가
일본 록+한국적인 정서 더한 음악
정규 1집 발매 목표로 협업 준비 중
"신나면서 파괴적인 에너지를 가진 밴드로 출발했어요. 판타지적 요소를 가사에 담다 보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내원 토끼라는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즈(HASE)는 독특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인조 밴드다. 직장 생활과 동호회 활동을 병행하던 멤버들이 2021년 7월 첫 공연을 올리며 데뷔했다. 이날 만난 드러머 하경호(호야)는 자신들의 음악을 "일본 록(J-Rock)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한 사운드"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2025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지역 인디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전주, 부산과 같은 지역에서는 시 차원에서 로컬 밴드를 앞세우는 느낌이 강했다"며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밴드 수가 많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정규 1집 발매를 목표로 다양한 기획 공연과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밴드 '퍼플오션' <인디053 제공>
지난 8일 2·28기념중앙공원 중앙무대에서 만난 밴드 '퍼플오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수민기자>
◆레드와 블루 사이, 고요한 항해…밴드 '퍼플오션'
계명대 실용음악과 선후배 사이로 만나
특정 장르 아닌 자연스러운 음악 추구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큰 목표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바뀌는 우리의 취향을 그대로 담은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기 같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2021년 3월 데뷔한 밴드 '퍼플오션'은 계명대 실용음악과 선후배로 구성된 팀으로, '레드오션' 같은 치열한 인디신에서 '블루오션'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팀명을 지었다. 이들은 '고요한 일상, 보랏빛 항해'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최근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서 음악적 색깔에도 변화가 생겼다. 보컬 윤태민은 새 멤버들을 '야생마 같은 베이시스트'(이창규), '섬세한 드러머'(조현휘)라고 소개하며 "기존 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인디 환경에 대해서는 "부산에 비해 밴드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든 걸 느끼지만, 최근 동성로에서는 관객이 느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다"며 "인디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들이 당면한 목표는 새 앨범 발매와 더불어 '해체하지 않고 내년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인디밴드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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