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철 ㈜대산전력 대표가 대구 달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아너소타이어티 회원 인증패를 들어 보이며 기부를 하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경북 상주의 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채홍철(56) <주>대산전력 대표의 '나눔'은 거창하지 않다. 쉼없이 작은 배려를 실천하며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한다.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겪은 만큼, 지금의 '나눔'이 곧 예전의 자신을 돕는 마음이라는 철학을 가슴 깊이 새긴 채 살아왔다. 채 대표는 "내가 어려운 환경 속에 있다 보니 주변이 더 잘 보였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았고, 특히 아이들이 그랬다"며 "경제적 궁핍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훗날 내가 성공하면 힘이 닿을 때까지 어린 이웃들과 평생을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순전히 이 때문이다"고 했다.
나눔을 위한 시선이 아이들에게 쏠리게 된 건 자신의 성장 배경과 많이 맞닿아 있다. 상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4남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던 아버지는 새벽마다 문경에 있는 광산으로 향했다. 당시 아버지는 10여 년 넘게 농사와 탄광 일을 병행했다. '자식들만큼은 학교에 다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부단히 생계를 꾸려갔다. 아버지의 성실함은 자신에게 "성실하게 벌고, 가능한 만큼 나누라"는 기준점이 됐단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채 대표는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진학 전 이미 공사 현장을 오가며 전기 기술을 습득했다. 군 복무 후 대구에서 전기기사로 첫 출근을 했다. 20대 대부분을 현장 기술자로 보냈다. 당시 현장에서 젊은 일꾼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자녀문제'였다. 하나같이 학비와 준비물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부모님은 5남매를 고등학교까지 꼭 졸업시키겠다며 정말 성실히 일하셨다"며 "나이가 들어 직장을 다닐 때는 자식을 둔 아버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지금 내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그때의 나와 아버지 모두를 돕는 마음"이라고 했다. 30대에 창업한 후 나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성년 취약 가정에 음식, 학용품, 아동 장학금 등을 지원했다. 2018년부턴 매년 대구 서구에서 연탄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6월엔 1억원을 기부하며 대구 262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채홍철 대표는 "나눔은 그 규모보다 성실함이 중요하다. 내가 한 모든 나눔 활동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 세상 모든 아이가 더 이상 '가난'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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