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뇌와 마음을 잇는 진료…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의 ‘대학병원급 치매 케어’ 현장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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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7 16:26  |  발행일 2025-12-07
28년 대학병원 경력 내려놓고 선택한 개원…“지역에서도 치매·인지 진료의 깊이를 만들겠다”
뇌 속 하트를 형상화한 로고처럼…‘전문성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은 진료 철학
치매 신약 레카네맙부터 인지중재 치료까지…대학병원 이상의 케어 시스템 구축
“갑작스런 말 어둔함·기억력 저하, 즉시 와야 한다”…신경계 이상 신호 정확히 짚어
파킨슨병, 왜 뒤늦게 진료실에 올까…비특이적 초기 증상과 지역 진료의 현실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진료실에서 뇌 MRI 영상을 보며 치매·인지장애 환자의 뇌 변화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진료실에서 뇌 MRI 영상을 보며 치매·인지장애 환자의 뇌 변화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치매·인지장애 진료 철학을 담은 뇌 속 하트 로고는 따뜻한 진료를 강조하는 상징이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치매·인지장애 진료 철학을 담은 '뇌 속 하트' 로고는 따뜻한 진료를 강조하는 상징이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신경과 전문의 이현아 교수는 28년 가까이 몸담았던 계명대를 떠나 최근 대구 중구에 개인 의원을 열었다. 오랜 대학병원 경력을 내려놓고 개원가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치매·인지기능 분야의 지역 대표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대학 안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밖에서 더 넓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을 만나 개원의로서의 첫걸음과 진료 철학을 들었다.


▶병원 로고가 눈길을 끈다.


"로고는 '직관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작업했다. 보통 신경과 로고는 뇌 속 시냅스 구조를 복잡하게 그려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그런 방식은 환자에게 오히려 거리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신경과의 본질인 '뇌', 의사의 기본 태도인 '따뜻함'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내고자 했다. 뇌 형태 안에 하트를 넣은 디자인이 그 결과물이다. 전문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차갑지 않은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대학을 떠나 개원을 결심한 이유는.


"전문의 초기에는 치매·인지기능 분야는 반드시 대학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믿었다. 당시 치매 인식 수준은 매우 낮았고, 환자들은 대부분 이미 병이 진행돼 병원을 찾았다. 정확한 진단과 연구,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대학에 남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기억장애와 치매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널리 확산됐고, MRI 기반 영상기술 발전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초기 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대학에서만 가능한 진료'가 아니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전문적 진료가 가능하며, 오히려 개원가에서 더 세밀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개원을 준비하며 가장 고민했던 점은.


"대구는 대학병원 선호도가 매우 높다. 환자들은 대학병원 진료를 일종의 '표준'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개원가는 단순히 시설이나 친절 경쟁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과 동일한 진료 수준을 전제로 하되, 진료의 질·철학·깊이에서 '더 큰 가치'를 환자가 체감해야 한다. 의원의 방향성과 진료 기준, 의료진 태도 등 개원가만의 정체성과 철학을 어떻게 구축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진료 철학은 어떻게 설정했나.


"치매·인지장애 분야만큼은 대학병원 이상의 체계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학에서 시행하던 치매 신약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 치료를 동일한 프로토콜로 이어가고 있다. 단순 주사 처방이 아니라 인지기능 검사를 기반으로 한 장기 케어 시스템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인지중재 치료'를 의원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대학병원은 인력·공간·시간 제약으로 비약물적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 개원가는 이를 훨씬 세밀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뇌와 하트를 형상화한 로고는 전문성 위에 따뜻함을 더한 진료 철학을 상징한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뇌와 하트를 형상화한 로고는 '전문성 위에 따뜻함을 더한 진료 철학'을 상징한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뇌와 하트를 형상화한 로고는 전문성 위에 따뜻함을 더한 진료 철학을 상징한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현아신경과의원 원장이 의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뇌와 하트를 형상화한 로고는 '전문성 위에 따뜻함을 더한 진료 철학'을 상징한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개원 한 달이 지났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물리적·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다. 전산 시스템부터 약제 입력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했다. 진료실 담요 하나 구매하는 일까지 원장의 몫이다. 대학에서는 외래·입원·행정이 분리돼 있었지만, 개원가는 작은 디테일까지 모두 스스로 챙겨야 한다. 진료 패턴도 다르다. 대학에서는 외래·회진·행정이 자연스럽게 분산됐지만, 개원가에서는 하루 종일 진료실에 앉아 있게 된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신경과 질환은 여전히 사회적 인지도가 낮다. 인지장애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수면장애·전신쇠약 등이 동반돼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 지역사회 치매정책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신경과, 지자체, 보건소, 요양서비스, 지역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치매정책 고도화와 공공의료 협력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파킨슨병 진료에서도 변화가 있었나.


"파킨슨병은 치매와 달리 사회적 홍보나 정책적 안내가 많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 손 떨림·보행장애 등 전형적 증상뿐 아니라, 피로·무기력 같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여러 과를 거치다 뒤늦게 신경과에 오는 경우가 흔하다. 대학에서 많이 보던 모습인데 개원가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지역에서도 파킨슨병 진단과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신경계 질환의 초기 징후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질환마다 초기 증상은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갑자기 생긴 증상'이다. 갑작스러운 두통, 말 어둔함, 기억력 저하, 팔다리 마비는 즉시 신경과 평가가 필요하다.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증상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터넷 검색을 통한 자가진단은 오류가 많다. 새롭게 생기거나 지속되는 증상이 있다면 신경과 진료가 원칙이다."


▶ 치매 예방을 위해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치매 위험요인의 상당수는 조절할 수 있다. 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전통적 혈관 위험요인은 물론,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비만, 뇌 활동 부족 등도 위험성을 높인다. 하지만 많은 환자는 약만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 인지활동, 사회적 접촉이 함께 이뤄져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집 밖에 나가기', '분리수거라도 하기' 같은 작은 행동 변화를 꾸준히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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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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